'고삐 풀린' 물가 하반기도 불안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7.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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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춤출듯

물가가 '폭주 기관차' 처럼 멈출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6월 소비자물가가 무려 5.5%나 뛰어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98년11월(6.8%) 이후 최고치다.

지난 2001년 6월(5%) 기록을 간단히 경신해버렸다. 국제 유가 급등한 탓이다.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 한 물가는 하반기에도 수직상승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류 제품이 상승 견인

올해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3.9%에서 2월 3.6%로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후부터는 제어가 안될 정도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3.9%, 4월 4.1%, 5월 4.9%에 이어서 6월엔 5% 벽을 넘어서 5.5%까지 도달했다.



휘발유(22.8%), 경유(51.3%), 등유(64%), LPG(32.4%) 등 석유류 제품이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석유류 제품이 물가상승에 기여한 정도가 35%에 달한다. 제품별 기여도는 휘발유 0.74%포인트, 경유 0.62%포인트, 등유 0.35%포인트, 자동차용 LPG 0.16%포인트 등이다.

여기에 금반지(52%), 비스킷(36.9%), 빵(17%), 스낵과자(15.7%), 라면(14.5%), 에어컨(17.3%) 등 공산품 가격이 평균보다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돼지고기가 27.2% 오른게 눈에 띈다. 조기(24.8%), 달걀(20.6%), 쌀(4.2%)도 올랐다.

공공서비스요금 중에서는 유일하게 도시가스가 10.5%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요금 중에서는 사립대 납입금(7.3%)과 유치원 납입금(8.4%)의 상승폭이 컸다.


반대로 이동전화통화료(-15.4%), TV(-12.5%), 노트북컴퓨터(-16.2%), 무(-20.8%), 열무(-29%) 등은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내려갔다.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생활물가지수는 7%가 상승, 2001년 5월(7.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지갑이 그만큼 엷어졌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특별관리하겠다고 천명한 52개 이른바 'MB품목' 중에서는 쇠고기, 멸치, 배추, 마늘, 사과, 설탕을 빼놓고 46개 품목이 동반 상승해 정부 의지를 무색케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내로 수입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5월 평균 119.5달러에서 6월에는 127.9달러로 8.4달러나 올랐다. 이 영향이 고스란히 6월 소비자물가의 급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 곡물가 상승의 여파도 여전해 밀가루가 전년 대비 88%나 올랐다.

이처럼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고물가' 현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주된 분석이다.

특히 상반기 인위적으로 억제해놨던 공공서비스 요금도 8월부터는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해 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각 지자체는 유가 인상요인을 반영해 택시요금과 버스요금 인상을 논의 중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시차효과를 감안하면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요인이 더 크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10월까지는 현재와 같은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분기까지는 5% 이상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는게 대다수의 분석"이라면서 "유가가 안정이 되면 4분기 부터는 물가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하반기 물가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는 등의 돌발변수가 최대 불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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