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행의 '모르쇠 전통' 깨질까(상보)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7.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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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검찰, 스위스 UBS에 "고객정보 넘겨라"

미국 사법 당국이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 스위스 UBS은행측에 자국민 계좌 정보를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 법무부와 국세청(IRS)측의 '전례없는' 요구로 스위스은행의 '비밀주의'전통이 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미 검찰은 UBS의 미국인 고객 계좌정보 제출을 명령하는 내용의 영장 발부를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신청했다.



◇"UBS 예치 美 비자금 200억불"

UBS에서 소매금융 담당자로 일했던 브래들리 버켄필드는 앞서 19일 비자금을 UBS 비밀계좌에 예치, 미국 부호들의 세금 탈루를 도왔다는 혐의를 유죄를 인정하며 사전형량조정을 신청했다.



버켄필드는 조정중 UBS 비밀 계좌에 200억달러에 이르는 미 부호들의 재산이 은닉돼있다고 진술했다. UBS는 비밀 계좌 제공 댓가로 이들로부터 매년 2억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제공 땐 비밀계좌 '유명무실'

미 검찰은 버켄필드의 증언을 토대로 UBS와 스위스 은행 감독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거듭 압박하고 있다. 양측은 일단 최대한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UBS가 아닌 스위스 은행감독 당국이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우회적인 방식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위스 국내법은 고객의 허락없이 관련 비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스위스 국내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스위스 은행의 명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계좌 정보 등에 대한 철저한 비밀 보장은 그간 스위스 은행들이 쌓아올린 명성의 근간이다.

동시에 스위스 은행들은 이 같은 비밀주의로 조세천국 또는 탈세 수단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한편 UBS와 스위스 은행 당국이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국가들의 정보 요구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 경우,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는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UBS, 국내법 내에서만 협조

UBS는 계좌정보 요구와 관련, 스위스,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는 하지만 협조는 스위스 국내법과 국제협력 한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분명히 못박기도 했다.

원만한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미 검찰은 법 집행도 불사할 계획이다. 미 검찰의 계좌 정보 요구는 흔히 탈세 조사에 이용되는 '존 도 소환'(John Doe Summons)에 의해 이뤄진다.

존 도 소환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과거 신용카드사 탈세 혐의 수사 당시 미 검찰의 고객 정보 요구의 논리적 근거가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상이 외국기업이었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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