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국가 성공스토리 좌초 위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7.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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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압력에 好시절 지났다…자원부국은 그나마 나아

전세계 성장세를 주도하던 이머징 국가들의 성공 스토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눈부신 상승세를 기록하던 이들 지역의 증시는 최근 부진의 나락으로 빠지며 가뜩이나 침체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최근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세는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이머징국가들의 증시도 따라서 부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머징 국가들의 증시는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비해 견조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지난해 여름 이후 발생한 신용위기 후폭풍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머징 국가들은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호조를 지속해온 것.



실제로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는 지난 2002년말부터 2007년말까지 326% 급등하며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이머징국가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선진국 증시 이상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 행복은 잠시, 인플레 압력에 굴복


그러나 올들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성장세는 모멘텀을 잃었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선진국들도 인플레이션 해법 찾기에 본격 나섰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긴축 정책 방침을 밝혔다.

이머징국가들 역시 금리 인상에 돌입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경제 이상 증상은 미국 국채와 이머징 국가들의 채권 스프레드에서 드러났다. 스프레드는 최근 4주간 50bp나 급등하며 295bp를 기록했다.

이머징국가들의 증시도 이를 반영 선진국 증시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 경제 전반의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중국과 인도 증시는 지난 6월 5일 이후 각각 17.3%, 14.8%씩 급락했다. 반면 이기간동안 미국 S&P500지수는 8.42% 떨어지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은 배에 달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연율 7.7%에 달했고, 인도의 인플레이션율도 11.4%를 기록했다. 결국 중국과 인도 모두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

RBC캐피털마켓의 이머징 마켓 투자전략가인 나이젤 렌델은 "이머징국가 특히 일부 아시아국가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들 국가들의 긴축(금리인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국가 신용등급 책임자인 브라이언 컬튼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우려가 되고 있다"면서 "많은 이머징 국가들의 국가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및 식품 가격 급등은 선진국보다는 이머징국가에 보다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달러에 대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변동폭을 제한한 국가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약달러는 아시아국가들의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개 이머징국가들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평균은 지난해 3월 4.5%에서 올 3월 6.9%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결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머징국가들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렌델은 "앞으로 이머징국가들의 디커플링을 기대하기는 요원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서방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머징 국가들은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러시아·브라질 등 자원부국은 그나마 낫다

모하메드 엘 엘리안 핌코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의 1%의 성장률 위축은 이머징국가들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현 상황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머징국가들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다. 그러나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러시아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증시는 지난 6월 5일 이후 2.2% 하락하는데 그쳤다. 브라질 역시 8% 떨어지며 S&P500에 비해서는 낙폭이 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한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중동 국가 등 석유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비교적 경제 성장에 대한 타격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브라질과 남아메리카의 자원 부국들 역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일부 자원 부국을 제외한 대부분 이머징 국가들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감내해야만 할 전망이다.

특히 서방 선진국들의 금융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머징 국가들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이머징국가들의 빠른 성장세는 결국 막을 내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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