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본격 유통, 마장동 민심은…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백진엽 기자, 박희진 기자 2008.07.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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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상인들 "살 사람 없다" 개점휴업 하소연

“기자 양반이라면 파시겠어요.”

30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이곳에서 10여년 동안 고기를 취급해 왔다는 양모(61)씨는 ‘미국 쇠고기를 들여왔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발끈했다.

지난해 10월 검역이 중단된 지 9개월 만에 검역이 재개되면서 경기도 용인, 이천, 광주, 경기도 검역 창고에 보관돼 있던 85.2톤의 미국산 뼈없는 살코기에 대한 검역증이 이날 발급됐다. 사실상 시중 유통이 시작된 첫 날인 셈이다.



↑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던 한 대형마트의 진열대 모습. 당시 몇몇 시민단체가 상점 안에서 판매반대 시위를 벌이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대에서 철수한 바 있다. ↑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던 한 대형마트의 진열대 모습. 당시 몇몇 시민단체가 상점 안에서 판매반대 시위를 벌이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대에서 철수한 바 있다.


양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풀리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지만, 아직 수입업체에 주문을 넣지는 않았다고 얘기했다. 살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반 음식점에서도 미리 주문이 없었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식당에서도 살 이유가 없죠. 미국산 쇠고기라고 원산지를 표기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어느 간 큰 식당주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버젓이 갖다 팔겠습니까. 다들 TV에서 미국 소가 픽픽 쓰러지는 걸 본 마당에…. 더구나 국내산 젖소도 이제 원산지 표기규정 때문에 고기 집에서 팔기는 다 틀렸어요.”



시장 한복판 위에는 시장 상인들 명의로 ‘원산지 표기를 꼭 합시다’라는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가게 간판에 ‘미국산 쇠고기 직수입’ 판매라고 써 붙인 점포에 들어가 주인을 만났지만, 여기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없다. 당분간 주문도 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판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 판매’ 문구에 대해 “지금까지 상황이 자주 바뀌어서 몇 번이나 뗐다 붙였다하다가 지금은 귀찮아서 그냥 붙여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게에 단골로 수입 쇠고기를 댄다는 수입업자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 집에 미국산 쇠고기를 팔려고 왔는데 안 산다고 그래서 이렇게 할일 없이 앉아있다”며 “같이 일하던 직원들 모두 길바닥으로 나앉을 판”이라고 말했다. 이 업자는 마장동 대부분의 도소매업자들이 이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예전에 미국산 쇠고기 맛을 본 개인들만 드문드문 문의를 해 올 뿐 수요 자체가 아예 없으니 당연히 고기팔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 내장 등 부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업자는 며칠째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중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위험이 제거되지 않은 소 내장이 온다는 소식에 곱창집이 모두 문을 닫게 생겼다”며 “미국과 정부가 검역시스템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업자는 “이제 (촛불시위를) 그만하고 차라리 미국산 쇠고기 안 사먹기 운동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입업체가 운영하는 일부 직영판매장에서는 지난해부터 팔다 남은 미국산 쇠고기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었다.

수입업체 에이미트가 운영하는 직영 정육점인 ‘수입육 직판장’에서도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소재 수입육 직판장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온 냉동 물량이 아직도 남아 계속 판매하고 있다”며 “꾸준히 찾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검역을 통과한 물량에 대한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더미트샵’이 운영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소재 애그미트의 경우 검역 재개이후 새로 풀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이르면 1일이나 2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량 확보와 가격 정책 등이 정해지면 도매상에게도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애그미트 영업 담당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당분간 할인해서 더 싸게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쇠고기는 이제 거리의 ‘촛불’에서 ‘소비자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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