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신호등 온통 '빨간불'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6.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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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동행지수 4개월 연속 동반 마이너스

경기 신호등이 온통 '빨간불' 이다. 성장·물가·일자리 등 경제관련 지표가 모두 비관 일색으로, 발표 때마다 '최악'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30일 발표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하반기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될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고유가 충격은올 하반기 한국 경제의 숨통을 더욱 죌 것으로 전망된다.

◇바닥 기는 성장률=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경기동행지수는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함께 4개월 연속 하락한 적은 2006년 4~7월이후 1년10개월만에 처음이다.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의 버팀목인 경상수지도 악화일로다. 5월 경상수지는 3억7750만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5월까지 누적적자는 72억136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 적자규모 증가는 환율상승을 부르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까먹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이미 정부가 목표로 했던 6% 경제성장은 물건너 갔고,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에는 3%대 성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의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경제연구원(3.3%), 삼성경제연구소(3.8%), LG경제연구원(4.0%) 등으로 공히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IMF)는 이보다도 훨씬 낮은 3.1% 성장하는데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주체인 기업들의 경기 기대심리를 알 수 있는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3.2로 42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는 오는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정 목표 성장률을 4% 후반대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고통 심각=유가 급등과 국제 원자재값 상승이 초래한 고물가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지만 예상 궤도를 벗어난지 오래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6월에는 5%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민간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6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호전되기는 커녕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있다. 정부는 이미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 170달러 오를 경우에 대비해 2단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비상 모드'에 들어가 있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상반기 동결됐던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져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파다하다.



물가의 수직상승이 그칠 줄 모르면서 가계 구매력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분기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86을 기록, 외환위기 당시인 98년4분기(85)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체감 물가지수는 더 크다는 방증으로, 물가 수준 전망지수는 159로 97년4분기(170) 보다도 더 떨어져 있다.

◇정부 정책 '안정'으로 선회=이처럼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정부는 기존의 성장 우선 성책을 포기하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유도했던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 때에도 이런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예상보다 너무 급격하라 올라 물가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그렇더라도 경상수지 확대도 포기할 수는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가 고유가 등 외부요인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의 정부정책의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쇠고기 파동 이후 정부 통제력이 급속히 약화된 점과 공기업 개혁과 맞물려 격렬해질 것으로 보이는 노동계의 저항도 경기 정상화엔 암적 요소다.

이와 관련,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가 안정이 돼야 현 정부가 구상했던 구조적인 개혁정책을 펼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 위주로 정책을 펴가면서 대국민 신뢰도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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