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글로벌 약세장 "기댈곳 없다"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2008.06.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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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인플레, 금리인상…트리플 악재에 휘청

-미국 고점 대비 19.9%, 유럽은 올해만 24% 급락
-고유가와 인플레 그리고 금리인상이 증시 침체 주도
-돌파구 쉽지 않아..증시 반전 어렵다

미국 다우지수가 지난주 급락으로 지난해 10월 고점대비 19.9% 하락했다. 20% 하락이면 공식적인 약세장이다. 증시가 한번 약세장에 빠지면 상승추세로 돌아서는데까지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기술적인 반등은 가능하지만 추세를 돌리는 공사는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상반기 마지막 거래에서 큰 반전이 없는 한 미국 증시는 약세장 속에서 하반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하반기 약세장에서 고전
증시 침체를 부른 악재는 신용경색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등장한 고유가발 인플레이션이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이란과 이스라엘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유가의 하락 반전을 예상하기 힘들다.



미증시의 반등이 어려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미증시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증시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있다.

미증시는 그나마 양호하다. 유로경제권 15개 회원국을 대변하는 '다우존스 유로스톡스50주가지수'는 지난해 고점을 논할 것도 없이 올들어서만 24% 폭락했다. 영국 FTSE100지수만 고점대비 17% 하락했을 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증시가 모두 올들어 20% 넘게 조정받으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지난주 급락 여파가 컸다.

한때 세계 증시에서 가장 잘 나갔던 아시아 이머징마켓으로 시야를 돌리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상하이종합지수 48%, 베트남 VN지수 58%, 필리핀 32%, 인도 센섹스지수 32% 등 올들어 반도막을 넘나드는 폭락세를 보였다. 중화권증시의 폭락으로 홍콩 항셍지수도 23% 떨어졌다. 중국 증시는 30일에도 약세를 지속,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 11%, 대만 가권지수 11%, 한국 코스피 11% 등만 상대적으로 선전했을 뿐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에 증시 휘청
하락률의 차이는 있지만 그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인플레다. 인플레 강도가 세거나 경기침체까지 맞물린 나라의 증시는 낙폭이 훨씬 크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 신용시장 붕괴, 투자심리 냉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성장을 헤치지 않고 인플레를 해결해야하는데,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이에따라 금융시장 안정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하는데, 이는 경기성장을 위협하기 마련이다. 미국이 이를 의식해 금리를 동결한 것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달 3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4.25%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플레가 목표치 2%의 2배 가까운 3.7%로 올랐기 때문이다. ECB의 금리인상은 유가 상승을 자극해 인플레를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인상 모드로 전환했다. 그만큼 인플레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호주는 물가가 16년래 최고치로 오르자 지난 3월 금리를 12년 이래 최고치로 올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들어 지급준비율을 연이어 인상했다. 금리인상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 대응에 치중하고 있다. 미연준(FRB)도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월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증시 돌파구가 안보인다
중앙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악화되자 심지어 중앙은행들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서비스 회사인 하트포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투자전략가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각기 다른 로드맵을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경기를 활성화시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야하는 정치인들은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을 반기지 않는다. 가뜩이나 금리인상이 증시급락을 조장함에 따라 정치인들은 중앙은행의 일을 전혀 돕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출은 한층 제약받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품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장을 짓거나 고용을 늘리고 나아가 신기술을 개발해야하는 본연의 역할까지 소홀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기업 수익성과 성장성을 떨어뜨린다.

◇인플레 길어지면 증시는 캄캄
모간스탠리는 최근 한 리포트를 통해 "인플레 위험이 장기화되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인플레가 전세계 경제와 증시를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높은 물가상승률은 보통 금리인상과 병행한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투자 지출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용경색에 잃어버린 자금을 수혈해 재무건정성을 회복, 정상화를 해야하는 은행들에게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 이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는 "증시가 급락하면 은행들이 애타게 추구하는 증자는 점점 어렵게된다"며 "결과적으로 신용경색 회복은 어렵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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