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촛불시위' 강경대응 선회 배경은

심재현 기자 2008.06.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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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국정운영 주도권 회복 포석
- "재협상 외엔 더 남은 카드도 없어"
- 시위 과격화 이후 민심 돌아서…정면돌파 적기 판단
- 대책회의 반발…정국 수습 여부 미지수

정부가 29일 촛불시위에 대해 "최루액 살포 등 강경대응하겠다", "심야 불법 폭력집회는 원천봉쇄하겠다" 등 강경방침을 천명한 것은 더이상 국정운영 주도권 상실 상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공천파동과 쇠고기 정국으로 사실상 지난 상반기를 허송세월한 데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경우마다 흔들리다 보면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근 시위가 공기업 민영화 등 집권 초기 정부 주요정책 반대로 확산되는 데 대한 정부의 우려가 컸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날 법무부·노동부 등 관계장관들의 대국민담화에서도 정부는 "시위의 목소리가 당초의 주장과 상당히 달라져 쇠고기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이와 함께 쇠고기 추가협상 이후 "더 이상 남은 카드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선 국제신인도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재협상을 제외하곤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추가협상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24일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의 관보 게시를 더 늦출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츰 과격해지는 시위대와 경찰 진압에 많은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데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성난 촛불을 적극 진화하는 한편 경제와 민생의 쌍두마차로 쇠고기 정국을 정면돌파하는 '양동작전'을 펼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서민 생계에 지장을 주는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서민 생활안정을 위한 본격적인 국정챙기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강경대응 방침의 이유로 "경제 전체에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있고 국가신인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외국투자자와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거리시위가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폭력과 탄압으로 촛불을 끌 수 없다"며 "더욱 평화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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