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선장따라 '지배구조' 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6.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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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후보 '강정원vs황영기' 압축… '회장·행장' 겸임vs분리 의견 달라

오는 9월 출범 예정인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가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압축된 양상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운명에 따라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겸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선후 바뀐 회장 선임국민은행 (0원 %) 이사회는 지난 5월말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지주회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시 지추위는 회장 선출 방식만 결정했을 뿐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겸임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추위는 22명의 후보군을 구성한 뒤 이를 10명으로 압축했고, 결국 강 행장과 황 전회장을 포함한 4명을 추려 다음달 3일 면접을 치르기로 했다.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은 빠르면 4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추위는 겸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후보자 물색에 나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현재 강 행장은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겸임을, 황 전회장은 분리를 주장한다.



이에 따라 강 행장이 회장에 오르면 회장·행장 겸임 체제가, 황 전행장이 낙점을 받으면 분리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 따라 지배구조가 결정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셈이다.

우리금융 (11,900원 0.0%)이 반면교사=현재 국내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곳은 없다. 금융지주회사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신한지주나 하나지주의 경우 회장이 사실상 오너십을 갖고 있어 국민은행과 비교가 쉽지 않다.

때문에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이 KB금융지주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초기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간 과도한 견제로 몸살을 앓았다.


2004년 바통을 이어받은 황영기 전회장은 이를 감안해 겸직을 주장했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처음에는 분리방안을 고려하다 겸직을 선택했다. 이후 박병원-박해춘 구도로 회장과 행장이 재차 분리됐지만 불협화음을 피하지 못했다.

◇겸직이냐 분리냐='겸직'과 '분리'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우선 지주회사 취지상 회장과 은행장 분리가 맞다. 자회사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회장에 있는 만큼 겸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 등 계열사 사장은 영업에 집중하고, 회장은 계열사간 시너지효과, 업무간 이해상충문제, 그룹 기업가치 제고 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겸직이 분리모델보다 우월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분리를 하더라도 회장이 행장 등 계열사 임원에 대한 강력한 인사권을 갖거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진용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주사와 그룹내 비중이 절대적인 은행 경영진간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말 현재 하나금융은 은행 자산이 그룹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9%, 우리금융은 89.6%에 달했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 비중이 가장 낮은 신한금융도 83.4%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처럼 지주체제를 처음 도입하는 경우 겸임이 낫다는 의견이다. 금융지주 총자산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카드가 은행에 편입된 만큼 거의 99%가량 된다. 서열상 회장이 행장 위에 있지만 실세는 행장이 된다는 말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조직의 안정과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당분간 겸직으로 가다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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