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주인은 사람… 서울을 새로 그린다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06.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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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르네상스 <상>디자인도시

편집자주 [편집자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1일로 취임 2년을 맞는다. 서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디자인과 문화 도시로 만들겠다는 시정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후 임기 절반이 지난 것. 그 동안 오 시장이 추진해온 도시 경쟁력 선진화 프로젝트가 속속 결실을 맺으면서 서울시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 선진화 프로그램은 '디자인 르네상스' '역세권 르네상스' '한강 르네상스'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글로벌시티로 도약하는 서울 3대 르네상스'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거리의 주인은 사람… 서울을 새로 그린다


"무질서하고 혼란했던 도시 환경이 보행자 중심의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인구 1000만명의 거대도시 서울. 양적 팽창에 머물러 대부분의 거리에는 가로등과 가로수 식재 등이 원칙없이 배치됐다. 보도 폭은 비좁은데다 보도 위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넘쳐난다. 여기에 전깃줄이 치렁치렁 얽혀 있어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서울을 바꾸기 위해 오세훈 시장은 2006 년 7월 취임하자마자 '디자인 도시'를 천명했다. 이어 이듬해 5월 디자인 정책의 통합적 추진을 위해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부시장급으로 영입해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발족했다. 간판·현수막 등 광고물 정비, 가로 경관 및 보행환경 개선, 건축 디자인, 도시경관 관리 등 여러 실·국에 분산돼 있던 도시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하도록 했다.



거리의 주인은 사람… 서울을 새로 그린다
권 부시장은 무질서한 서울 거리의 원인이 토털 디자인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 공간의 구청 관리주체가 제각각이었다. 가로수는 조경 담당, 가로등은 도시 경관 담당, 간판은 건축 담당, 보도블록은 토목 담당 등으로 나뉘어져 거리가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디자인총괄본부는 첫 사업으로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사업을 내놓았다. 각종 시설물을 통합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시민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다운 거리'로 설계하기 위해서다.



시는 25개 자치구로부터 대상 거리와 아이디어 공모를 받아 지난해 9월에 10개 시범 거리를 선정했다.

디자인거리에는 보행에 지장을 주는 공공시설물을 최소화하고 경관을 망치는 전깃줄을 땅속에 묻어 보행자 위주로 꾸며진다.

보도 블록.가로등.벤치.휴지통.화분대.공중전화 부스.안내판 같은 모든 공공 시설물 중 과잉 시설물을 없애고 과도한 디자인과 색채를 지양해 정돈되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종로구 대학로 용산구 이태원로 중구 남대문로 강남구 강남대로 강동구 천호대로 등 이들 시범거리는 올 10월 개최 예정인 서울디자인올림픽 이전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거리의 주인은 사람… 서울을 새로 그린다
시는 또 디자인서울 거리를 총 30개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3월 종로구 삼청동길 등 20개 거리를 추가 확정했으며 내년 9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디자인총괄본부는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서울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초 시내 모든 공공 디자인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제시한 '공공공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것이다.

이경돈 디자인서울 기획관은 "이 가이드라인을 디자인서울거리, 동 주민센터 리모델링 사업을 비롯해 앞으로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모든 공공공간, 공공건축물 사업에 적용하는 한편 디자인 가이드라인 적용과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확립해 사후 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시내 도로·보행로·공원 같은 공공 공간은 차량 위주에서 보행자 위주로 탈바꿈하고, 공공청사와 학교, 도서관 등 공공건축물은 권위적인 외관을 벗고 시민 위주의 쾌적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폭 1.5m 이내의 보도에는 걷기 편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통행에 장애가 되는 가로수·벤치·휴지통 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차량 통과를 위주로 하는 육교나 지하도는 원칙적으로 신설을 금지하고, 가급적 횡단보도를 이용하도록 했다.

민원에 의해 무분별하게 설치돼 도시경관의 흐름을 끊던 방음벽은 최대한 억제하되 꼭 필요한 곳에는 투명벽을 세워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지하철역이나 지하도에서 비를 막는 데 활용하는 캐노피(덮개)도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공 청사나 경찰서·보육시설·학교·문화회관·병원 등 공공 건축물에도 디자인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를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공 건물의 사례로 들면서 불필요하게 높은 계단이나 담장 설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공공 건축물의 디자인을 심의할 때 시민 편의시설을 포함하고, 건축물 외부나 저층부에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이나 휴게공간을 적절히 설치하도록 했다.

권영걸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원칙이 공공건물 및 건축물에 적용되면 그동안의 무질서하고 혼란했던 서울 공간이 1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본 쾌적하고 수준 높은 도시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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