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촛불, 프레스센터는 시민 호텔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8.06.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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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촛불, 프레스센터는 시민 호텔


28일 오후부터 29일 오전까지 열린 52번째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시종일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시위대-경찰간 대치가 격렬했던 28일 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물대포를 맞고 온몸이 물에 젖어 고통을 느꼈다. 밤사이에 기온도 급격히 내려가 추위에 떠는 시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시위 현장. 주변에는 수많은 빌딩들이 있었지만 문을 열어 주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종로 사거리 인근의 서울프레스센터는 문을 활짝 열어 시민들을 반겼다.



서울신문이 관리하는 이 빌딩 로비에는 많게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드나들며 몸을 녹이거나 토막잠을 청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들은 비를 피해 이곳으로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시위를 지켜봤다.

마치 내집처럼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는 초등학생도 있었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토론을 벌이는 어른들도 눈에 띄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의 몇몇 빌딩들이 경찰버스와 전경들로 둘러쌓여 있거나 문을 꽁꽁 걸어잠가두는 것에 비해 완연히 달랐다.

이 빌딩 안내직원인 임모씨(54)는 "우리 빌딩은 24시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며 "시민들이 들어오셔서 깨끗하게 사용하고 돌아가시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쉴새없이 사람들이 드나들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하지만 임씨를 비롯한 안내직원들은 웃는 얼굴로 시민들을 맞았다.


이들의 배려에 감동을 느낀 시민들은 지나가면서 칭찬을 건네느라 바빴다.

시위 참가자 정연대씨(43)는 "몇번 집회에 참가하면서도 이처럼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시민들에게 호텔보다 더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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