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도 경기둔화 '그림자'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6.3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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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부동화·건전성 악화' 2대 부실징후 포착

- 5월 단기수신비중 90% 돌파
- BIS비율 등 건전성 지표 일제히 마이너스


금융회사의 단기수신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까지 나빠지는 등 경기둔화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경기둔화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해온 금융시장에 하나둘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은 실물경제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기둔화가 가속화·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권에도 경기둔화 '그림자'


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권의 단기수신 비중이 90%를 기록했다. 지난 4월 59.6%에서 불과 한달 만에 3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성 자금의 수신비중은 올들어 하락세를 유지하다 지난 4월부터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단기수신 비중의 급격한 상승은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은행의 단기성자금(MMDA)이 주도했다. 5월에만 MMF는 11조원(86.4%) 증가했으며 단기성자금 역시 5조4000억원(54.3%) 늘어났다.

이처럼 자금이 단기부동화되면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장기자금 공급능력이 약화된다. 또 금리와 주가 변동성이 확대돼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된다. 특히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데 따른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부동산시장의 침체도 장기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금의 단기부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는 단기부동화 현상이 다소 완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물가상승 지속 등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불안해하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하나 걱정스러운 점은 경기둔화 여파가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1.3%로 전년말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또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같은 기간 12.3%에서 11.9%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9.1%로 0.6%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다소 컸다.

증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영업용순자본비율이 599.2%에서 591.1%로 떨어졌고 손해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도 288.4%로 4.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우려할 단계는 전혀 아니지만 올들어 지표가 다소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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