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유가의 인질이 된 뉴욕 증시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6.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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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기록행진이 투자심리에 드리우면서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06.91포인트(0.9%) 떨어진 1만1346.51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4.77포인트(0.4%) 밀린 1278.38로, 나스닥지수는 5.74포인트(0.3%) 빠진 2315.63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5월 개인소득과 소비지출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발표로 장 초반 보합권에서 움직이던 뉴욕 증시는 장 중반 이후 낙폭을 키워갔다. 유가 불안과 함께 소비자신뢰가 28년래 최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유가 인질이 된 증시



국제 유가가 142달러마저 넘어서며 기록행진을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8월 인도분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 대비 57센트 오른 배럴당 140.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유가는 개장전 전자거래에서는 142.99달러를 찍으며 장중 최고가도 갈아치웠다.


수급 불안과 함께 달러 약세 전망이 유가를 계속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소비지신뢰가 28년래 최저로 떨어진 데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약화됐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달 3일 금리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소비자신뢰 28년래 최악

6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28년래 최저인 56.4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6.7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오른데다 실업률까지 증가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에서 미국인들은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을 1995년 이후 최고치인 3.4%로 전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힘을 잃은 소비 호재

미국의 5월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0.8%(연율 기준) 증가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예상치 0.7%도 상회했다. 같은 기간 임금은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세금 환급으로 미국인들의 소득이 3년만에 최대인 1.9% 상승한데다,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소득 호재는 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유가와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우려에 이미 상처입은 투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전일 뉴욕 증시는 유가 폭탄에 3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호재보다 악재에 집중하는 침체장이 도래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금융권 손실, 끝은 어디에

골드만삭스가 전날 금융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낮추면서 시작된 금융주 하락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세계 최대 보험사 AIG는 2분기 자회사 손실 50억달러를 보전할 것이라는 소식에 1.2% 떨어졌다.

메릴린치는 2분기 순손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리먼브러더스의 전망으로 1.06% 떨어졌다.

리먼의 애널리스트 로저 프리먼은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 부실과 관련한 메릴린치의 피해 규모가 예상을 상회한다며 메릴린치가 2분기 주당 2.78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전망치 주당 64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용평가사 무디는 모간스탠리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전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신용위기 발생 이후 모간스탠리가 보여준 위험관리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모간스탠리가 Aa3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악재가 이어지며 미국 최대 은행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도 각각 2.3%와 3.5% 뒷걸음질쳤다.

◇안호이저부시, 선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팜은 실적 부진 여파까지 겹치며 8.2% 하락했다. 팜의 2분기 매출은 월가 기대치에 못미친 26%의 감소세로 나타냈다.

반면 안호이저부시는 인베브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저지하기 위한 주가 부풀리기에 돌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1.4% 상승했다.

안호이저는 이날 자사주 매입 규모를 종전의 20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안호이저는 이와 함께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직원의 10~15%를 감원,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베브는 앞서 안호이저 경영진이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라 주주 직접 설득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베브는 또 인수가 상향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인베브는 지난달 463억5000만달러에 안호이저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안호이저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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