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가고 맞고…야당의원 '뒤늦은' 고행?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6.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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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경복궁 역 인근에서 연행돼 경찰버스에 갇힌 이정희 의원↑ 25일 오후 경복궁 역 인근에서 연행돼 경찰버스에 갇힌 이정희 의원


연이어 현역 국회 의원들이 '고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의 시위대 강제진압에 항의하다 연행된 데 이어 27일 새벽에는 안민석 통합민주당 의원이 촛불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은 연행과정에서 성추행 의혹도 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노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두들겨 맞고 나뒹굴어지는 국회의원의 현실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국민주권'이 짓밟히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직접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안 의원이 수 차례 국희의원 신분을 밝혔지만 경찰이 '의원이면 다냐?'라는 막말과 함께 집단폭행을 자행했다"며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이날 오후 한승수 국무총리를 항의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당사자인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어젯밤 상황은 제 쉰 목소리만큼이나 참혹했다"며 "그 몇 분 동안 꿈을 꾸는 듯이 차이고 밝히고 끌려 다니고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들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늦었다"는 반응이다. 벌써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57일, 첫 강제연행 이후 34일, '물대포' 등장은 27일이 지났다.

26일 촛불시위에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당 차원에서 20여명이나 나왔으나 시민들은 호의적이지만 않았다. "앞에 나가서 물대포라도 막아라", "홍보하러 나왔으면 그냥 가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강기갑 의원을 비롯해 촛불시위 지원에 가장 열심이었던 민노당 의원들조차 시위대들로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성토를 종종 듣는다.


물론 환영한 사람들도 많다. 경찰에 거칠게 끌려가고 길바닥에 나뒹구는 사진이 공개된 안 의원의 블로그에는 네티즌들의 칭찬 글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국회로 들어가 '본업'에 충실하라는 여론도 있다. 한나라당은 연일 촛불시위를 맹공하며 거리로 나간 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광화문은 무법천지 해방구"라며 촛불시위를 '불법, 반미시위'로 규정했다. 안 의원의 집단폭행 피해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기동대장이 의원에게 맞아 턱이 나갔다고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주성영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법 집행과정에서 당연한 처우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불법시위를 제재한다는 명분으로 선두에 섰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안 의원 폭행논란과 관련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오히려 안 의원이 현장 지휘관과 전경 등 3명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현장 목격자 진술, 사진 등 채증자료를 분석해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가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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