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소비자운동의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06.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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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레터]2주새 주가 186% 급등.."소비자운동과 주식투자 구별"

'열흘새 상한가 여섯번'

신저가 종목들이 속출하는 요즘 증시에 돋보이는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삼양식품 (588,000원 ▼17,000 -2.81%)입니다. 주가는 상한가 행진 속에 2주새 1만4500원에서 4만1450원으로 186% 급등했습니다.

미래에셋·키움 등 개인들의 주거래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몰렸고, 1만주를 넘기 힘들었던 하루 거래량은 50만주에 육박합니다.



주가급등에 대해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쇠고기 정국' 속에 삼양식품이 보수지 광고게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 구매운동 효과를 일부 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회사측은 "방송에만 광고할 뿐 원래 보수지를 포함한 인쇄매체에 광고를 안한지 수년째"라며 해명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삼양식품 주식을 사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네티즌 구매운동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삼양식품은 아이러니 하게도 19년전 소비자 불매운동 탓에 생사를 오갔던 기업입니다.

1989년 라면에 공업용 소기름을 썼다는 이른바 ‘우지파동’(97년 무죄확정)으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고 라면업계 1위로 60%였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결국 외환위기를 거치며 화의에 들어갔고 2005년 3월 화의를 종료했습니다.


이런 소비자운동의 양면을 알기에 주가 급등이 회사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실제 매출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라면 판매 증가율은 숫자로 제시할 만큼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실적을 반영한 펀더멘털은 그대로라는 얘기입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양식품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육박한다"며 "지금 주가는 우리 국민이 주식을 라면으로 대체할 때 가능한 수준으로 이성적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의 구매운동에 편승해 엉뚱한 사람들만 이득을 보고, 뒤늦게 추격매수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식 매입 운동에 정말 선량한 소비자들이 동참하고 있는 지도 파악되지 않습니다.

회사 관계자도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어 회사측에 화살이 돌아올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구매·불매 운동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몫이라면 이를 기업 가치와 연결시켜 투자하는 것은 주주의 몫입니다.

라면은 아무리 많이 사더라도 끓여먹으면 되겠죠. 하지만 주식은 주가가 떨어지면 휴지조각일 뿐입니다. 어디서도 원금을 보상 받을 수 없습니다. '감성적'인 소비자 운동과 달리 투자에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삼양식품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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