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주가 하락추세 확정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6.27 08:19
글자크기

주식·외환·채권 방향 일치… FRB 대응방안 없어

다우지수가 3% 넘게 폭락하며 1만1400대로 곤두박질쳤다. 2006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다우 30종목 중 어떤 것도 오르지 못했다. 국제유가(WTI) 급등에도 불구하고 쉐브론(-1.96%)과 엑슨모빌(-1.76%)조차 떨어졌다.

금융주는 몰락이다. 씨티(-6.3%), 뱅크오브어메리카(-6.8%), 메릴린치(-6.8%), JP모간(-4.2%), 골드만삭스(-4.0%), 모간스탠리(-3.5%), AIG(-5.6%) 등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GM은 무려 10.8%나 추락했다.



WTI는 사상처음 장중 140달러를 넘었다. 리비아가 감산을 경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올 여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CRB상품지수도 2.5% 급등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도 3.7% 올랐다.

미달러는 약세를 재개했다. 엔/달러 환율은 106엔대로 내려섰고 유로화는 1.57달러대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72 초반대까지 레벨을 낮췄다.



미국채 수익률도 하락했다. 2년물은 15bp 떨어지며 사흘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10년물도 6bp 밀렸다.
S&P500 변동성지수(VIX)는 24%선까지 상승했다.

모든 시장지표가 일치하는 가운데 떨어진 주가는 향후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히 미 공개시장회의(FOMC) 다음날 출현한 이같은 주가 폭락은 다음 FOMC까지 일관된 방향성을 고수한다는 게 과거 패턴이었기 때문에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연준리(FRB)에 적색경보가 발동됐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 1월22일처럼 긴급 FOMC를 열어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FOMC를 마친지 딱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당장 어떤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는 전격적인 금리인하인데 이미 FOMC 발표문에서 경기보다 물가에 치중한 이상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가가 빠지면 주가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물가가 뜨면 인플레 방지를 위한 긴축에 무게를 두는 변신은 FRB의 신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상황은 인플레 속 주가 하락이다. 어제 처음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라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새삼스런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FRB가 대응할 방법이 없다.
5.25%에서 2.0%까지 금리를 낮춘 뒤 처음으로 동결을 선언한 게 FRB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시장은 주가 하락과 상품가 급등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린스펀 시절 무소불위, 전지전능하기까지 했던 FRB가 시장과 함께 몰락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무너지기 전에 항상 버블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FRB도 그동안 과대평가된 버블을 씻어내는 과정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

다우지수가 연저점을 갈아치운 정도가 아니라 2년전 레벨로 되돌아갔다는 것은 추세가 하락으로 확정됐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 1월 그랬던 것이지만 베어마켓 랠리라는 확인과정을 한번 거친 뒤 재개된 주가하락이기 때문에 하락추세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코스피시장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주중 내내 버텨 온 1700선을 내주면서 한단계 레벨을 낮출 공산이 크다.
2085부터 1537까지 1차 하락세가 야기된 뒤 1901까지 베어마켓 랠리를 보이고 재차 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3∼4년간의 상승추세가 끝났다는 공식 선언이 가능하다.

1차 지지선은 연저점(1537), 2차 지지선은 1470선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무너지면 1000선까지 별다른 버팀목이 없다.

그러나 추세가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라면 시간의 문제일 뿐 방향성에 대한 의심은 필요 없다.
상승추세에서 섣불리 고점을 예단하는 게 위험한 것처럼 하락추세에서는 함부로 지지선을 설정하는 게 아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