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모르면 자장면도 못먹는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7.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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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대한민국을 바꾸는 자본시장통합법' 저자 인터뷰

'투자자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어려서부터 저축을 미덕이라고 배웠고 지금도 월급을 받으면 꼬박꼬박 열심히 저축하고 있다. 너무나도 친숙하고 편한 방법이다. 그러나 과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

달라진 금융환경에서 수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편안한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까.



김성태 굿모닝신한증권 상해사무소장과 이희동 신한지주 전략기획팀 과장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책을 펴냈다. 바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자본시장통합법>(한스미디어 펴냄)이다.
자통법 모르면 자장면도 못먹는다?


◆자통법 모르면, 자장면 못 먹는다?

"돈을 굴리는 곳이 자본시장이고 그 방법이 금융투자상품이라면 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법률이 바로 자통법이다. 만일 자통법이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결국 자장면을 사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범세계적인 농산물 및 원자재 가격 폭등이 이어져 물가가 조금이라도 더 오르게 되거나 이자율이 조금 더 하락하면 실효 이자율은 마이너스가 되어 아무리 꼬박꼬박 저축해도 결국 금융자산의 실제 가치는 줄어 들 수 있다.

예컨대 5000원을 저축할 때는 5000원으로 4000원짜리 자장면을 사먹고 돈이 남았는데, 일정 기간 지나서 돈을 찾아보니 이자율은 내려가고 물가는 상승해 6000원을 찾아 7000원짜리 자장면을 사먹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

김 소장과 이 과장은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의 편안한 인생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바로 자통법"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처럼 중요한 법률을 사람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 집필의 동기가 됐다고 한다.


김 소장은 "모두가 자통법 얘기를 하지만 막상 이를 제대로 이해할만한 자료나 서적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자통법에 관한 자료라곤 거의 법조문 수준이라 책을 내게 됐다"고 말한다.

이 과장은 "자통법 TFT를 책임지면서 다양한 사례분석과 심층적인 스터디를 거쳤다"며 "그런 굿모닝신한증권의 고민들과 혜안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이희동 과장은 올해 초 신한지주로 이동하기 전까지 입사 이후 10년간 굿모닝신한증권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2006년부터 2007년말까지 2년 넘게 굿모닝신한증권 자본시장통합법 TFT를 책임진 '기획통'. 김성태 상해사무소장은 자산관리부장과 IB2부장을 거치면서 IB와 종합자산관리,상품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한 '금융통'이다.

그러한 두 사람은 법령으로 발효된 만큼 어려운 자통법을 사례중심으로 알기 쉽게 엮었다. 말그대로 자통법 이해의 길잡이인 셈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CEO는 곧잘 자본시장에서의 경쟁을 쇼트트랙 경기에 비유하곤 했죠. 직선 코스에서는 뒤에 쳐진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을 왠만해서는 따라잡기 힘들지만 '코너'에서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요. 평소 얼마나 탄탄한 기술을 연마했느냐에 따라 이때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과장은 "자통법은 그러한 코너와 같은 기회이자 위기"라며 "누가 잘 이해하고 철저히 준비하느냐가 새로운 투자패러다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 "차별화하고 핵심 경쟁력 키워라"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자통법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상당수 금융회사 CEO들이 인터뷰에서 자통법 관련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접하게 됩니다. IB와 자산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말이죠. 하지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다 똑같은 모델로 똑같이 경쟁하면 발전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은 "금융회사들이 보다 차별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는 증권사가 무려 5000여개에 달합니다. 아무리 미국의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해도 이들 회사들이 전부 똑같은 모델로 경쟁했다면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살아남을 순 없었을 겁니다. 회사마다 차별성을 갖고 핵심경쟁력을 키우는 게 절실합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두 사람이 금융회사에 제시하는 자통법시대 생존 전략의 핵심은 이렇다. 금융회사가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겸영하는데서 오는 시너지를 통해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적극 활용할 것, 고도화된 위험관리를 할 것, 금융상품의 유통역량과 고객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 금융투자상품의 제조와 투자기회 발굴 역량을 키울 것 등이다.

이밖에 강화되는 투자자 보호제도에 맞게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아마 자통법에 맞게 각 금융회사 창구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려면 대략 30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고객의 자산을 파악하여 이에 적합한 상품을 찾아내고, 그러한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회사가 보는 투자의 매력을 제시하고, 위험 요인까지 세세히 짚어주려면 말입니다."

이 과장은 "앞으로 그러한 투자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혜택이 아닌 불편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 역시 금융회사의 과제에 대해 '교육'의 중요성을 들어 말을 이었다. "금융회사 직원부터 잘 알아야 하죠. 충분히 알지 못하면 잘 설명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굿모닝신한증권에서는 현재 '불완전판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창구 판매 후에는 반드시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연락해 감사의 인사 겸 정확한 투자상품의 위험도 인지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이러한 관리가 투자자 개인 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수요자 "유행 좇지 말고 금융전문가와 상담하라"

금융회사 못지 않게 투자자에게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두 금융전문가는 강조한다.

2006년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자에 대한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던 적이 있다. "펀드를 가입할 때 의사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투자자들은 '각종 광고와 온라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답이 각각 17%였던 반면 미국의 경우엔 FP(금융자산관리사)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응답이 무려 70%가 넘었던 것.

두 전문가는 이같은 차이를 바로 '투자의 시대'에 대한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몇해 전 여의도 증권가에서 점심때마다 웃지못할 진풍경이 벌어졌어요. 직원들이 밥도 먹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딘가를 다녀오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 갔다왔냐고 물으니 당시 크게 유행하던 해외펀드를 들고 왔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렇게까지 그 펀드 가입에 공을 들인 이유가 더 기가막혔죠. 그냥 좋아보인다나요?"

두 사람은 "이제 투자자들이 '금융문맹'에서 깨어나 투자에 관한 생각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금융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투자에 관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올렸을 때 환매할 것인가란 질문에 놀랍게도 연 50%이상이라고 답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사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죠. 지난해 중국펀드 등이 높은 수익을 올리며 그러한 환상을 갖게 한 측면이 있을 순 있겠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기대 욕구는 건전한 투자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과장은 "지난 60년간 전세계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10.5%, 채권은 5.7%였다"며 "이러한 시장 수익률을 참고하여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투자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지는 자통법시대에 투자자들이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선 스스로 금융지식을 쌓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예컨대 니켈펀드에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니켈이란 이름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니켈이 무엇인지, 니켈의 가격은 어떠한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지, 미래 전망은 어떠한지 등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합리적인 매수와 매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장은 "정확히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좋다고 하면 투자하는 식의 '묻지마 투자'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내의 투자 문화는 미성숙한 측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의 금융 DNA는 우수한만큼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교육 수준이 높고 수학과 과학적 사고가 탁월한 만큼 우리 국민은 앞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도 발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LS(주가연계증권)만 해도 한번 보세요. 시장에 나온지 얼마안됐는데 빠르게 시장 확대가 이루어 지고 있잖아요. 선물옵션도 마찬가지고요."

김 소장은 자통법은 이러한 금융환경 발전의 '가속 페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자통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착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금융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탄생이다.

"선박의 강국으로 알려진 그리스는 선박 금융이 선진화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금융이 발달해야 산업도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죠."

김 소장은 "1960~70년대 건설사들이, 1980~90년대 종합상사들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국가의 부를 키웠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금융산업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골드만삭스, 금융의 삼성전자가 탄생해 우리의 자본이 전세계를 돌며 수익을 창출한 돈으로 국민 모두가 부자되는 금융강대국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 금융전문가는 무한 급변의 시대에 변화의 화두가 되는 자통법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것은 그러한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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