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더 마켓] 버냉키, 애써 외면하는 인플레

고진성 미 파인리지모기지뱅크 대표 2008.06.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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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더 마켓] 버냉키, 애써 외면하는 인플레


미 연방준비위(Federal Reserve)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현행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위협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연준은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현상유지(Status Quo)'가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연준은 발표문(Policy Statement)을 통하여 "에너지가격과 일부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의 기대심리(inflation expectations)에 관련된 지표들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 전망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내용을 새롭게 첨가, 인플레 우려가 종전에 비하여 더욱 커졌다는 것을 나타냈다.
그러나 동시에 "물가상승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인플레가 금리를 인상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는 지난 몇주동안 연준이 공공연하게 표명한 입장과 상치된다.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만일 인플레 억제조치가 적기에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인플레 기대심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위험하다는 것은 만일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사람들이 물가가 이미 오른 것으로 간주하고 행동함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1970년대후반에 발생하였는데 당시 인플레 기대심리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가격인상을 단행하였고 물가상승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결국 이에 따른 고물가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파격적인 금리인상조치가 단행되었고 이로 인하여 미국경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연준이 이처럼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현상유지책을 견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현재 연준은 경기둔화와 인플레란 두가지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따라서 두가지의 당면과제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왔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연준은 미국경제를 경기침체에서 구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금리인하조치는 설령 가시적인 경기회복을 이루도록 만들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경제침체를 모면토록 하는데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또한 연준은 은행뿐만 아니라 투자은행들에게도 자금을 공여해주는 조치등을 통하여 거의 붕괴직전의 투자은행들을 구제시키는 등 금융시장의 위기를 잠재우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고유가(高油價)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위협적인 변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또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타나는 데이타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주택압류(foreclosure)는 급등하고 있으며 소비자신뢰지수는 바닥을 밑돌고 있다. 특히 실업율이 급등하고 임금은 감소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여건 역시 여전히 열악한 상황으로써 시장에서는 또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낮은 금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상태라는 점에서 인플레 문제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금리를 인상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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