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계파 협공 뚫고 비상할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6.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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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계파 협공 뚫고 비상할까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당한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힘들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3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은 몰라도 당 대표는 힘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들어 측근들에게도 "기반이 없어서 한계를 느낀다"는 말을 가끔 한다고 한다.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섰지만 당내 뿌리 깊은 계파정치와 '텃세'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내에선 이번 전대가 '친이-친박'간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정 최고위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의 '고민'과 달리 상황은 썩 나쁘지 않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친이계 대표주자이자 유력 당권 주자인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차별화 전략'이 먹혀든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은 7명의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차기 대권'을 넘보는 후보다. 그래서 '실세형'의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한다.

'거국내각' 수준의 대폭 개각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부쩍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 원로로서 청와대와의 '소통'과 당내 '화합'을 강조하는 박 전 부의장과는 리더십의 지향이 크게 다르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계파를 대표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독자적인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대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발품정치'가 주효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 최고위원은 총선 직후부터 전국 곳곳을 누비는 '스킨십 행보'로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귀공자·왕자풍'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화법을 바꾸고 술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테이블을 돌며 술잔을 받아 마신다고 한다.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적인 변화다.



물론 아직 판세가 고착됐다고 보긴 어렵다. 당내 선거의 당락은 결국 조직표가 좌우한다는 점, 1인2표제가 계파 후보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 변수가 많다.

다만 승패를 떠나 이번 레이스 자체가 '득'이 될 뿐 잃을 것은 별로 없다는 데 이견이 없다. 5년 뒤 결전을 위한 출발치곤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의 눈은 7월3일(전당대회)이 아니라 5년뒤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당내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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