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증 해소? 은행 고금리 장사?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7.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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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시중은행 서민금융시장 진출 러시

서민층의 '빚테크'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형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의 물꼬가 터진데다 그간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불렸던 가계대출의 연대보증인 제도도 잇따라 폐지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7월1일에는 2금융권 이용자들이 은행 자회사의 저금리 상품으로 옮겨탈 수 있는 '제2의 환승론' 상품도 등장했다. 변화한 대출시장의 여건에 맞게 부족한 자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실정이다.



◆은행권, 서민금융 시장 진출 '물꼬'

우리은행은 6월24일 전국 900여개의 우리은행 영업점을 통해 우리파이낸셜의 서민금융 신용대출상품 ‘우리모두론’의 판매를 전격 시행했다.



최저 7.39%의 금리와 최대 9000만원의 한도를 제공하는 우리모두론은 그동안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직장인과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대출의 사각지대였던 자영업자와 신입사원까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은행권 대출보다는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지만 은행권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던 고객들이 더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어 사금융이용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상 우리은행 과장은 "우리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됐는데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우리모두론' 이용을 권한다"며 "고객으로서는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경우 2금융권 이용에 대해 한자리에서 상담 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우수하고 그룹 입장에서는 우리금융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대출 갈증 해소? 은행 고금리 장사?


금리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30%대로 중간 금래대의 활성화를 꾀한다. 박 과장은 "연 10% 안팎인 은행 금리보다는 높겠지만 대부업체 이용시 부담해야 하는 40~50%의 금리보다는 저렴한 20~30%대 중간 금리대 대출 상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7월1일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인 하나캐피탈과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하나캐피탈의 신용대출상품인 ‘마니또론(ManitoLoan)’을 하나은행 전국 영업점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대출한도는 최저 3백만원이며 금리는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7.5%, 최고 35%내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

타 시중은행들의 서민금융시장 진출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기업은행은 각 영업점 및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기은캐피탈(7~39%)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고 신한은행도 신한캐피탈과 함께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은행의 자회사 대출상품 바람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의 '은행의 자회사 대출상품 판매 대행' 지침을 통해 시중은행 창구를 통한 자회사의 서민금융기관 대출 상품 판매대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로 서민금융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대부업체 등의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연 20~30%대 여신시장의 공백을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은행까지 '고금리 장사'에 나섰다는 부정적 시각에다 대부업체나 2금융권과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이미지 하락 등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은행 등의 대출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대응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상 우리은행 과장은 "아직 시행초기라 성과를 점치기 어렵지만 건전하게 잘 운영해서 고객의 편의성을 지키는 서민금융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대보증 폐지 지역은행들 서민전용 상품 출시

최근 연대보증제를 폐지한 부산은행의 경우 서민금융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크레딧 플러스론'을 선보였다.

폐해가 심각한 연대보증 제도가 폐지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은행권에서 서민이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연대보증제가 없어지면 은행들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이용해 가계 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에 저신용의 서민 대출은 금융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은행은 신용관리상의 일시적인 부주의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고객과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최고 1000만원 범위 내에서 최저 연 13%부터 대출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금융서비스 이용자 약 3500만명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금융소외계층이 720만명이며 이중 사채 이용자가 3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역은행이 금융 소외계층과 서민을 위한 금융시장에 나서면 지역 서민의 신용위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북은행이 영세 서민금융 지원 차원에서 내놓은 '서브크레딧론'도 최고 1000만원까지 최저 이율 13.9%부터 이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 상품은 지난해 7월 출시된 이후 10개월동안 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2금융권에서 갈아탈 수 있는 '제2환승론' 등장

7월1일부터는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통해 '제2환승론' 이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2금융권에서 30%대 후반의 금리로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사람들이 '제2환승론'으로 갈아탈 경우 이자가 20%대 후반으로 떨어질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이 지원하고 있는 환승론은 지난해 60%대 금리의 대부업체 이용 고객이 40% 전후의 2금융권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게 유도한 데 이어 두 번째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만일 제1환승론을 통해 40~60%가 넘는 고금리를 30%대 후반으로 낮췄다면 '제2환승론'를 통해서는 한 단계 더 낮추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이러한 2환승론에는 골든브릿지캐피탈, 씨티파이낸셜코리아,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3개 금융회사의 참여가 예정됐고 주요 시중은행 자회사들의 참여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2환승론'을 겨냥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금리 마케팅에도 더욱 뜨거운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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