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촛불 '밤샘 격렬시위'

류철호,박종진,조홍래 기자 2008.06.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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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물대포' 2번째 동원 130여명 연행

ⓒ송희진 기자ⓒ송희진 기자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에 반발하는 밤샘 촛불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격앙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에 충돌이 잇따르면서 수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130여 명이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됐다.

특히 시위가 격해지면서 지난 1일 첫 '물대포' 발사 이후 최대한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해 온 경찰이 25일 만에 '물대포'를 쏘고 '진압용 방패'를 휘두르는 등 '강경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예고한 대로 2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할 경우 '전면전'을 선포하고 릴레이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9번째 촛불집회‥서울 도심 곳곳서 타올라



18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과 일반인, 대학생 등 2만여 명(경찰 추산 3000명)은 25일 오후 7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2개 차로를 점거한 채 49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방안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즉각적인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했다.

집회에서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추가 협상은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가는 과도기적 조치일 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에게 거짓을 말하는 정부를 당장 몰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촛불소녀가 참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30여분 간에 걸친 집회를 마치고 곧바로 가두시위에 나서 구세군회관 앞과 신문로 새문안교회 뒷길, 세종로네거리 앞, 경복궁역 앞 등지에서 도로와 인도를 점거한 채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을 위해 광화문 주변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 90여개 중대 9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시위 과격 양상‥경찰 '물대포' 발사

그 동안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온 '촛불시위'가 일부 격앙된 시위 참가자들로 인해 과격시위 양상을 보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 일부는 호스를 동원해 대치중인 경찰들에게 먼저 물을 뿌리고 돌과 모래를 던지며 격렬히 대항했다. 시위대는 또 금강제화 앞 골목길에 '차벽'을 이루고 있던 경찰버스 4대를 밧줄로 끌어내기도 했다.

시위 강도가 높아지자 경찰은 곧바로 살수차 4대를 동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진압용 소화기와 방패를 앞세워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번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한 것은 촛불문화제 개최 이후 두 번째로 지난 1일 이후 25일 만이다.

25일 자정께 새문안교회 뒷길과 금강제화 앞 골목길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처음 발사한 경찰은 26일 오전 1시께 시위대를 본격 진압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현수막과 우비 등을 이용해 물대포에 맞섰으나 삽시간에 대열이 분산돼 세종로네거리까지 밀려났다.

경찰에 밀린 시위대는 세종로네거리에 집결해 시위를 이어가다 재차 진압에 나선 경찰에 밀려 청계광장 앞에서 밤샘 연좌시위를 벌이다 오전 6시가 다 돼서야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연행자·부상자 속출‥130여명 연행

이날 시위에서는 경찰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양측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진압용 방패 등으로 시위 참가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으며 이에 맞선 일부 시위 참가자들도 각목 등을 휘두르며 대응했다. 일부 진압 경찰은 시위대에 포위돼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 진압에 맞서던 시위 참가자 조모(53)씨는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으며 물대포를 맞은 시위대 20여 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시위에서는 130여 명의 연행자가 발생했고 연행자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초등학생, 노인, 주부, 취재기자 등도 포함됐다.

한편 시위와 진압이 격화되자 국회 앞에서 고시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통합민주당 소속 백원우·안민석·박선숙·김재윤·김유정 의원이 26일 오전 1시께 시위 현장을 찾아 경찰 현장 책임자에게 시위대 연행 및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고시강행' 시 총력 투쟁 예고‥대규모 충돌사태 우려

정부가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시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와 반발 세력 간의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촛불시위대들은 정부 방침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고시 철회와 재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총력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 시위가 갈수록 격해질 전망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국민대책회의 측은 26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관보에 게재할 경우 이날부터 가용 인원을 최대한 동원해 총력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고시를 강행한다는 것은 '대국민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 인만큼 정부가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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