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자연환경이 준 축복

전두환 신한카드 부사장 2008.07.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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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전두환의 '나의 와인스토리'

비행기가 이집트 카이로 상공에 이르면 끝없이 펼쳐진 건물과 집들이 보인다. 인구 1700만의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답다.

하지만 무더운 카이로 도심에 머물면서 기억나는 건 도로에 차선이나 횡단보도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 정도이다. 차들은 차선이 없는 도로를 용케도 잘 피해 다닌다. 결국엔 우리 일행이 탄 차가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지만 상대가 경찰 순찰차라 수습은 일방적으로 잘 해결되었다. 대부분의 차들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피해를 보상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반가운 사실 하나는 줄 이은 차의 상당부분이 한국에서 수출된 차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대한한국 자동차 타도를 내걸고 용을 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 한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가 있던 지역이며 한때 바빌로니아 제국의 영토에 속하기도 했다.



카이로 도심에서 실망한 여행객은 교외 기자 지구에 있는 피라밋들을 보면서 혼란을 느낀다. 우리의 단군왕검 시대보다 약 300여년이 앞선 시대에 수십 톤의 돌들을 230만개나 누가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높이가 150미터가 되는 쿠푸왕의 피라밋을 보면 인류문명의 발전사를 단순히 연대순으로 해석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레이저로 자른듯한 반듯하고 거대한 돌들 앞에서 갑자기 외계인을 떠올린다. 아무리 좋은 선생을 만나더라도 책상에서만 배운 지식은 실체를 접하지 않으면 그 본질을 충분히 깨달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유일하게 현존하는 7대 불가사의중의 하나인 피라밋이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여행작가 Patricia Schultz가 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1000 places to see before you die)>이란 책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죽기 전에 보아야 할 1000곳 중에 우리나라에 있는 볼거리는 단 한 군데도 추천이 없었다. 피라밋 뿐만 아니라 룩소의 카르낙 신전이나 이집트의 남쪽 끝 아스완지역의 고대 이집트의 유적들을 보면서 이곳의 유적이 상대적으로 더 대단함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본 등 아시아지역의 소개된 다른 명소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국가홍보가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집트에는 길게는 거의 5000년 등 수 천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상황을 무리 없이 알 수 있게 잘 보존된 인류문화의 보물들이 많다. 인류가 반만년 전에 갖추었던 정신세계나 실생활의 인프라를 보면 우리 모두가 보다 더 성숙되고 세련된 삶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은 떠나서는 하루도 살아 갈 수가 없다. 이 지역의 강우량이 연간 30mm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식수나 농업용수를 나일 강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마가 막 시작된 요즘 제주지역의 하루 강우량이 폭우가 아닌 경우에도100mm를 넘는다.

나일 강에 물 한 방울 보태지 않지만 우기가 되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중부에서 엄청난 강물과 토사가 밀려와 물과 강 유역에 비옥한 땅을 만들어 준다. 나일 강의 축복으로 이 일대는 인류4대 문명의 발상지가 되었다.


나일 강의 또 다른 축복은 우리 인류 모두에게 베풀어 졌다. 비가 거의 오지 않은 기후 덕분에 사막이 되었지만 고대인이 남긴 유산은 오랜 세월에 비하면 거의 원형대로 우리에게 물려졌다. 최근의 산성비까지 감안하면 최선의 보존 환경이 아닌가? 최악의 조건은 때로는 최선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안성에서 최고의 포도주를 만들고자 도전하고 있다는 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의 집중호우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열정적인 도전을 지속하면 여름 장마와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유례없는 강건한 와인을 만들어 줄지 누가 알겠는가? 끝없는 정진으로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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