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추락, 기회인가 위기인가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6.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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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경제가 휘청이면서 부동산시장 역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부동산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베트남 버블 붕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는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급등세를 보였던 베트남 부동산시장이 거래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부동산 20~30% 급락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호치민시 부동산 가격이 평균 20~30%까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도 15% 하락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부동산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베트남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맞아 그동안 너무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한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연 8%대의 거침없는 고속성장을 유지해 오던 베트남 경제가 경기 과열에 따른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무역수지는 올 1~4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390% 증가한 111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2007년 연간 무역적자 124억달러에 근접하면서 올해 정부 예상치인 200억달러를 쉽게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또한 지난 해의 8.48%를 훨씬 초과하는 12.6%를 기록한 바 있으며 올 4월 말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대비 21.4%가 상승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베트남 정부는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예금지급준비율을 11%로 인상하고 기준 금리도 12%로 인상했다. 또 달러 대출 금지, 각 은행별 정관 자본금(자기자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의 재무부 발행 채권 강제매입조치 등의 강력한 통화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금리인상을 포함한 이런 긴축정책은 부동산담보대출자들에게 이자상환 압박으로 이어졌다. 결국 상환압박을 이기지 못한 부동산소유 계층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호치민 급락, 하노이는 비교적 안정세

베트남 부동산시장은 호치민을 중심으로한 남부와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콘도의 경우 호치민에서는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노이에서는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토지시장은 두 지역이 모두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으며 오피스 임대의 경우는 공급 부족에 의해 계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하락추세가 더 큰 것은 그동안 폭등세를 이어온 거품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균적으로 40~50%까지 부동산 가격이 올랐으며 많이 오른 곳은 2~3배까지도 가격이 뛰었다. 특히 아파트를 새로 분양하는 곳은 800가구 모집에 1만명씩 모이기도 하는 등 부동산투자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김한석 CBRE 부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정부가 금리를 높이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식었다"며 "지난해 담보대출을 끼고 부동산 투자에 앞다투어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현재는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일반적으로 보면 10~20%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매물에 따라서는 30%나 50%가 떨어졌다지만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얘기"라고 덧붙였다.

반면 하노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한석 부장은 "하노이 역시 시장이 좋진 않지만 호치민보다 나쁘진 않다"며 "보수적인 현지 분위기 때문에 현금 활용도 높고 모기지 비중이 낮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년까지 호치민은 많이 올랐지만 북쪽은 영향 덜 받아 하노이가 많이 오르진 않은 것도 원인"이라며 "호치민이 20% 정도 떨어졌다면 하노이는 5~10% 하락에서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 베트남시장 외면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투자는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다가 올초 베트남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이 급속히 확대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투자가 뚝 끊긴 상태다.

지식경제부 외환제도과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부동산 투자는 올 1월 단 1건 180만달러가 있었고 2월 및 3월에는 투자 자체가 없었다. 4월과 5월에 각각 1건씩의 투자가 있었지만 4월 25만달러 및 5월 10만달러 미만 투자가 전부였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부동산 투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9월을 정점으로 계속 늘어나다가 12월까지 빠진 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작년동월대비 전반적으로 빠진 것은 분명하며 이는 경제여건 악화 및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베트남 현지보다 국내에서의 반응이 더 차갑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하면서 베트남 현지에서도 흔들리는 현상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까지는 투자 유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락하는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이 '투자적기'가 아닐 수는 있지만 투자하기에 나쁜 시기는 아니라는 것.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수요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고 베트남 정부에서도 외자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한석 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을 사려고 하면 협상과정에서 파는 쪽에서 가격을 멋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막상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이미 합의 됐던 가격에 5%를 더 내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이어 "하지만 이제는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시장이 수요자들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며 "내년 초까지는 협상하기 좋은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 상황은 안좋지만 잠재성이 하루 아침에 떨어진 것은 아니며 수요자 입장에서도 앞으로 투자여건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가해졌던 각종 규제도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고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무역수지 및 외환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김한석 부장은 "지난해까지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국과 같은 경제성장의 기대로 한국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다"며 "그러나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외국인투자가 꾸준히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고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베트남 투자는 3년에서 10년까지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리하게 서둘러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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