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기술력이 만든 '틈새의 대박'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7.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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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쿠쿠·딤채·루펜이 쓴 성공신화

-중소기업이 개척해낸 쿠쿠, 딤채, 루펜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시장으로 성공적인 진출

대기업에게도 난공불락의 성이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꾸준한 기술개발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적극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주방가전 분야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한 우물만 파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단순히 주방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계 주방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밥통? 이젠 밥만하지 않는다



주부 선미정(35세) 씨는 갈비찜을 밥통에 넣는다. 선씨는 화들짝 놀라며 말리는 시어머니를 진정시키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어머니, 모르셨어요? 쿠쿠에 하면 불 조절 할 필요 없고 눌러 붙지도 않아 훨씬 간편하고 맛있어요.”

이뿐 아니다. 케이크도 척척 만들어낸다. 선씨에게 쿠쿠는 밥통만이 아닌 만능 주방도구인 셈이다. 한때 일본으로 갔다 돌아오는 여행객들의 손에 쥔 코끼리 밥통이 빈부격차의 기준이 되며 너도나도 일제 코끼리 밥통을 외치던 시절, 당시 코끼리 밥솥에 도전장을 내민 작은 기업이 바로 성광전자(현 쿠쿠홈시스)다.



처음에는 LG전자, 필립스, 동양매직 등 대기업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로 시작했지만 1998년 자체 브랜드 쿠쿠를 개발해 어느새 대한민국 밥상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고객 최우선주의’와 ‘기술혁신’이라는 경영방침으로 전기밥통 밥맛의 한계를 넘어 차진 밥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스란히 담았다. 더불어 밥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까지 척척 해낸다.

우리나라에서 밥통시장은 여러 기업들이 넘볼만한 시장.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두손들고 물러났다. 대한민국 밥통문화를 바꾸어놓은 이 중소기업은 국내 전기밥통시장의 7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전기밥통기업이 됐다. 나아가 최근에는 ‘중국을 달군다’, ‘미국을 주무르다’, ‘일본을 누르다’ 등 쿠쿠의 광고카피처럼 한때 밥솥의 종주국이던 일본을 비롯해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시어서? 안 익어서? 대한민국 김치 맛을 책임진다

밥만큼 우리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김치. 주부들이 힘들게 한번 담가 놓으면 냉장고에서도 금새 시어버리기 일쑤다. 특히 여름과 김장철에는 더욱 문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부들에게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언제라도 내 입맛에 맞는 아삭아삭한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불리는 위니아만도의 딤채는 1992년 한국인의 음식문화인 ‘저장과 보관’이라는 특성에 맞춘 냉장온도 기술로 김치만 따로 보관하는 ‘김치 보관용 냉장고’라는 사업을 구상해냈다.

‘레드오션’으로 알려진 백색가전업계 분야에서 누구도 중소기업인 위니아만도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딤채 첫 출시해인 1995년 4000대가 팔린 데 이어 1996년 2만5000대, 1997년 8만대, 2002년에는 74만대가 팔리는 등 매년 200% 이상의 급속한 성장을 기록했다. 김치냉장고가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위니아만도는 차량용 공조부품 전문회사였던 만조기계로 출발해 대기업과 차별화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했다. 거기에 다른 가전업체들의 가격경쟁에 가세하지 않으면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김치냉장고시장이라는 독자영역을 만들어냈다.

현재 1조원이 넘는 김치냉장고시장에서 딤채는 대기업도 따라오지 못할 김치냉장고 시장 부동의 1위로 국내 가전업계 최대의 히트상품이 됐다. 최근에는 ‘김치냉장고+냉장고+냉동고+와인셀러’ 기능을 갖춘 컨버전스(융합) 제품인 ‘딤채 프로’를 선보여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싱크대의 비닐봉지, 이젠 끝

김치냉장고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 주방을 파고드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음식물 처리기.

평범한 주부였던 루펜리의 이희자 대표도 이러한 생활 속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황무지와도 같았던 음식물 처리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여타의 발명품을 사업화 한다는 것이 그렇듯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2003년 모 대기업 건설회사 사장 자택을 무작정 찾아간 것이 인연이 돼 납품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고 이후 웰빙 열풍과 함께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속적으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과 함께 하게 됐다.

얼마 전 음식물 처리기는 비싸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10만원대의 보급형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해 홈쇼핑에서 1시간에 4000대의 판매라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장 역시 도중에 부지런히 개발한 기술을 타 대형업체에 빼앗기는 혹독한 시련도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음식물 처리기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는 등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루펜이라는 이름은 음식물처리기의 대명사가 됐고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올해는 ‘루펜의 글로벌화’ 원년으로 삼고 해외진출에 그 어느 때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희자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당당히 최고의 제품으로 꼽히길 바란다”며 “생각보다 꿈이 빨리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기대하고 있다.

루펜의 꿈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QVC재팬 런칭 이후 꾸준히 매진사례가 이어졌고 QVC제품이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노스(Dinos), 자스코(Jusco), 로프트(Loft), 요미우리, 미쯔코시백화점 등 일본 주요 유통으로 줄줄이 입점하며 일본 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아일랜드 친환경신도시 그린시티 전세대에 납품하기도 했고 이밖에 대만, 독일과 영국, 터키 등에서 홈쇼핑으로 진출, 세계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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