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영업정지로 KT-SKT '희비'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6.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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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하나로, 결합상품 지연… KT 결합시장 주도권 기회

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의 개인정보 유용행위에 대해 40일 영업정지 등 철퇴를 가하면서 SK텔레콤과 KT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 (51,200원 ▼500 -0.97%)은 당분간 이번 제재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텔레콤은 당장 40일의 초고속인터넷 영업정지로 인해 7, 8월 비수기이긴 하지만 핵심사업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일부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이달 중 SK텔레콤 이동전화와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반해 KT (36,500원 ▲250 +0.69%)는 위축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위 프리미엄을 누리는 한편, 새로운 결합상품 출시를 통해 시장경쟁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결합상품시장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SKT, "왜 우리만?"



하나로텔레콤은 방통위의 제재 이후 곧바로 40일 영업정지는 과도하다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방통위가 지난 4월 경찰 조사와 달리 고객정보를 제 3자에 고의적으로 제공한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음에도 일부 법조항 미준수를 이유로 영업정지를 내린 것을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하나로텔레콤이 제재를 받은 부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업체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과 마찬가지로 다른 초고속업체에도 영업정지를 부과할지는 의문"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당장 하나로텔레콤의 발등의 불은 영업정지로 인한 가입자 이탈이다.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5월 한달 간 6만8000여명 순감했다. 이를 고려하면 최소 10만명에 가까운 이탈이 예상된다. 그나마 영업정지 기간이 비수기인 여름휴가철이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달중 선보이려던 결합상품에 제동이 걸린 점이다. SK텔레콤은 이동전화와 하나로텔레콤의 하나세트를 묶어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를 방통위에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기존 하나로텔레콤 초고속가입자가 결합대상인 다른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럴 경우 사실상 반쪽짜리 결합상품이어서 시장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초 이달 결합상품 출시는 불가피하게 상당기간 늦춰질 수 밖에 없다"며 "8월 말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하나로텔레콤이 방통위의 제재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가 "고객 정보의 제 3자 제공은 없었다"는 점을 발표, 앞으로 소비자단체 및 소비자들과의 법정공방에서 그나마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낼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도 기존 하나로텔레콤 대주주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KT그룹, 결합시장을 잡아라

방통위가 조만간 KT, LG파워콤, 케이블TV방송사(SO) 등 다른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개인정보관련 법령준수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시장과 산업위축을 우려, 다른 업체에 대해서도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 입장에서는 시장 위축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브랜드 파워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모든 업체의 영업에 제동이 걸릴 경우 1위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가입자 유입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KT는 5월 한달 간 텔레마케팅 중단에도 3만4000여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결합상품에 제동이 걸린 현 상황에서 KTF와의 합병을 추진중인 KT는 새로운 결합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앞으로 시장경쟁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결합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현재 집전화, 인터넷전화, IPTV 등 다양한 상품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할인율을 기존 보다 높인 약 10여종의 새로운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결합시장 활성화를 통신요금 인하의 주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방통위가 이번 하나로텔레콤 제재로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출시가 어렵다고 해서 KT의 새로운 결합상품 인가를 늦추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장상황 등을 고려, KT와 SK텔레콤의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결합상품이 요금인하의 주요 수단인 만큼 조만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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