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강의 위해 200시간 투자"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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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김성동 한국와인협회 부회장

"1시간 강의 위해 200시간 투자"


"와인을 안다고 말한다면 자만이겠지요. 정말 와인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겸허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동 한국와인협회의 부회장은 '와인은 정복할 수 없는 무한함을 지닌 음료'라며 이같이 말했다. 와인협회의 유일한 여성 부회장인 그는 요즘 기업체와 문화센터에서 CEO 직장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연을 다니느라 바쁘다.

지금은 '와인레이디'라 불릴 정도로 와인에 조예가 깊지만 그도 처음에는 문외한이었다. "1978년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던 시절에 객실에 고급와인이 많이 실렸어요. 당시엔 비행기가 착륙할 때 흐르면 안되니까 마개를 딴 와인은 전부 버렸습니다. 잘 몰랐으니 할 수 있는 짓이었죠.(웃음)"



이후 10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와인의 깊은 풍미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오랜 외국생활에도 음식문화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겪었던 문화적 충격은 와인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을 초대해 정성을 다해 대접했는데, 그분이 제게 '인종차별주의자냐'고 불만스럽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함께 대화하고 음식을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방금 요리한 따뜻한 음식을 내놓고 싶어 부엌에만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음식보다 분위기와 매너를 중시하는 서양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서양정찬의 필수인 와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와인아카데미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에서 와인 관련 강의를 들었다.

"공부를 할수록 와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돼요. 그냥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는 저 멀리 빛과 바람이 좋은 와인의 고향을 떠올리고 그 역사를 생각한다면 더욱 재밌지요. 문화를 모르고 마시면 그저 떨떠름한 음료에 불과할 겁니다."

그는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전 세계 와인 산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자료를 만들었다. 1시간의 강의를 위해 200시간을 투자했다. 이렇게 만든 자료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입히자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모여들었다. 현재 그가 강의하는 '영화 속 와인 이야기'는 유명 연예인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그는 앞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와인강의를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와인강의를 하시던 분 중에는 나중에 와인바를 열거나 컨설팅 회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숙성하는 와인과 함께 늙고 싶어요. 한 번씩 와인 산지를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와인을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인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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