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성공 협상 4원칙'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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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어 쇠고기 추가협상 주도... '장악력·맷집·체력·유머'

-자료 파악 치밀, 큰 그림 그리는데 능숙
-스포츠·노래실력 수준급인 '근육맨'
-출세보다 인생의 '재미'에 더 큰 가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사실상 기존 협의 내용을 바꾸는 쇠고기 추가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다.



 김 본부장의 협상력이 돋보인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참여정부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측 수석대표로 협상 타결의 일등공신이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성공 협상 4원칙'


이 때문에 일찌감치 참여정부 때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장관급으로 유일하게 유임된 인물이 그다.



 한미FTA에 이어 기존 협상을 뒤집는 쇠고기 추가협상까지, 김 본부장의 협상 비법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김 본부장을 지켜본 이들은 그의 '성공으로 이끄는 협상 4원칙'으로 장악력, 맷집, 체력, 유머를 꼽는다.

 김 본부장은 '검투사'로 불린다. 보이지 않는 총알이 수십발씩 오고가는 통상협상장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내야 하는 그에게 딱 들어맞는 별명이다.

김 본부장이 협상의 '검투사'로 협상장에서 살아남아온 가장 큰 이유는 장악력이다.


그는 협상에 임하기에 앞서 숫자 하나 놓치지 않고 협상 내용 전부를 속속들이 머리 속에 집어 넣는다. 김 본부장이 읽고 소화해야 하는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과 등산갈 때도 차 안에서 자료를 읽고 외우는 것으로 외교통상부 내에서 유명하다.

 자료 파악 후에는 머리 속으로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큰 그림을 그린다. 협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예상해보고 미리 준비한다. 치밀하고 꼼꼼하다.

 상대방을 어떻게 공략해야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도 이 때 파악한다. 예컨대 김 본부장은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이번 협상이 잘못되면 당신은 한미공조를 깨뜨린 장본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말로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했다.

 직선적인 성격의 김 본부장은 잘못한 일에는 가차없다. 하지만 뒷끝은 더더욱 없다.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이처럼 생각하는 대로, 소신대로 직선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출세' 보다는 인생의 '재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본부장과 함께 근무한 사람들은 그가 '어디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한다.

 남의 눈치 안보고 소신을 추구하다 보니 협상장에서도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는 '맷집'이 제대로 발휘된다. 협상 도중 귀국을 결정하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측으로부터 장관급 회담을 제안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맷집'에 연유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성공 협상 4원칙'
 사람들은 김 본부장의 나이를 궁금해 한다. 밤을 새우는 수차례 협상과 계속되는 장기간의 비행, 끝 없는 자료 숙독과 이어지는 보고에도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체력에서 밀리면 결국 정신력에서도 밀려 협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고 이러면 협상실패는 불보듯 뻔하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자가 승자다. 그리고 시간을 지배하려면 든든한 체력이 필수다.

 체력면에서도 김 본부장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협상가다. 그는 50대 중반이지만 아웃도어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패러글라이딩, 윈드서핑, 암벽 등반, 스킨스쿠버는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패러글라이딩은 400여회 활강기록도 갖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기본은 체력"이라며 "김 본부장은 보기엔 말랐지만 근육질의 남자"라고 귀뜸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쇠고기 추가협상으로 힘들었던 탓인지 최근 피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와 달리 사석에서는 청중을 압도하는 큰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인기 짱'이다. 협상장에서도 김 본부장의 '유머'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의 `유머'는 상대방의 긴장을 적절히 풀어주면서 꽁꽁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명약이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라는게 주변의 평이다. 가사를 모두 꿰차고 거침없이 부르는 그의 모습은 그의 협상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김 본부장의 한 지인은 "같은 남자가 봐도 김 본부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일에서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에서도 '완벽'할만큼 균형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균형감각이 그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고 그런 여유가 협상전략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의 완벽함은 태생적인 것 외에 34년 외무공무원으로서의 업력이 쌓여져 이뤄진 것"이라며 "일과 인생에 대한 열정이 오늘날 그를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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