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라인 불똥 '글로벌 경제 태우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6.24 11:48
글자크기

등급하향으로 신용위기 속 스태그플레이션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번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보증업체들이 보증한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부도 위험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부실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신용위기가 모노라인의 등급 하향으로 새로운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모노라인 불똥 '글로벌 경제 태우나'


채권보증업체들이 보증한 지방채와 구조화채권 규모는 각각 1조2000억 달러, 1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의 등급 하향이 가시화될 경우 경제는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이러한 관측의 출발점이다.



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처해있다. 결국 신용경제와 실물경제가 모두 혼란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사면초가' 국면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을 때 상대적인 견조함을 유지하며 뒤를 받쳐주던 유럽 지역도 최근 침체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성장세를 주도하는 신흥 이머징 국가들 역시 인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며 불 끄기에 바쁘다.

이렇듯 경제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4~2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모노라인 여파, CDS 급등 파생금융시장 흔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9일 MBIA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2'로 무려 5단계,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3'로 3단계나 강등했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은 피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단계 하향 조정한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신용 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MBIA와 암박이 보증한 채권의 등급 하향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으로 채권 금리도 치솟고 있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튿날 지방채들의 금리는 9%선으로 전날보다 2배 폭등했다.

크레디트사이트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엘빙턴과 롭 하인즈는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들이 보증한 채권들의 신용등급 역시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등급 하향에 좌초위기를 만난 MBIA와 암박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BIA와 암박은 1250억달러에 달하는 위험 자산의 채무보증을 정리하기 위해 은행들과 협상에 돌입했다.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등급을 박탈당한 이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CDS 계약 해결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채권보증업체들은 채권발행업체들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1250억달러에 달하는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을 은행들에게 매각했다.

CDS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지급 보증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등 복잡한 파생 금융상품과 얽혀 있어 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보증업체들이 은행들과 CDS 계약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등급 하향 영향으로 시장에서 CDS는 치솟고 있다. 메릴린치의 CDS는 11주래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제너럴모터스(GM)의 CDS 역시 사상최고치로 급등했다.



시장 전반을 반영하는 CDX 북아메리카투자등급지수의 CDS는 8.5bp 오른 126bp를 기록, 지난 3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킷 i트랙스 유럽 지수 역시 3.5bp 오른 92.5bp를 기록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등급 하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용파생상품 연구소의 바이런 더글러스는 "CDO의 등급 하향 조정은 피할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 '엎친데 덮친격'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가중



신용위기 고조는 가뜩이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경제에 2연타를 날릴 것으로 우려된다. FRB도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 후폭풍에 금리 인상을 접고 금리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1~5월 인플레이션율이 4%에 달했다. 이는 연준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에는 실업률까지 치솟으면서 침체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전달(5.0%)보다 0.5%포인트 급등한 5.5%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0.5%포인트 급등한 것은 1986년 2월 이후 22년래 최대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합산해 추산하는 미국의 '고통지수'(misery index)는 9.4%를 기록, 1990년대 초반 경기침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침체속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한발 앞으로 바짝 다가온 상황이다.

경기 버팀목으로 작용해왔던 유로존도 심상찮다. 민간부문의 생산을 반영,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경제지표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가 지난 5월 49.5를 기록하며 지난 200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하회한 것이다.



반면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16년래 최고치인 3.7%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은 조만간 4%를 돌파할 전망이다. 유가 급등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신용손실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가 1970년대와 같은 최악의 부진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 증시도 하향 압력



증시도 메릴린치는 이 같은 악재들을 반영,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브라이언 벨스키 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아직 저점이 오지도 않았다고 내다봤다.

벨스키는 "이번 경기침체는 평균적인 침체가 아니다"면서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고유가와 고식료품가 등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평균 침체기 보다 더 악화된 만큼 주가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관만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 미국의 고통지수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던 1980년(20.2%)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수준이 2%라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168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경우 경제가 하반기부터 부진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에서는 연준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기보다 동결을 통해 시장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