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이 축하해 준 초등학교 졸업식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6.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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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소리를 담는 사진가 양종훈 상명대 영상학부 교수

'끼익, 철커덩'. 북한으로 통하는 '금강통문'이 열리는 소리다. 개성으로 출발하는 버스 엔진 소리에 이어 북쪽 안내원의 낭창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6·25' 제58주년을 맞아 한국방송 제 1라디오에서 방송되는 음향 다큐멘터리 'DMZ, 다시 사람을 품다'의 한 대목이다.



장군들이 축하해 준 초등학교 졸업식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진과 함께 6개월 간 비무장지대를 동행취재했던 사진작가 양종훈 상명대 영상학부 교수(47·사진)는 금강통문을 비롯해 비무장지대 깊숙한 곳들을 속속들이 누비며 담아온 사진을 정전 55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다음달 21일부터 27일까지 한국방송 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서 전시한다.

그런데 왜 `이미지`를 다루는 사진 작가가 `음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함께 했을까. 양 교수는 이에 대해 "소리는 상상력을 열어주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소리만 듣고도 남북을 가르는 차갑고 육중한 철문의 이미지를 떠올리겠지요. 이렇게 이미지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려내는 것입니다."

지난해 동아미술제에서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를 사진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열었던 양 교수는 단편적인 영상이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라디오의 음향 다큐멘터리라는 색다른 시도에도 동참하게 됐다. 그는 이미지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다큐멘터리의 2편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 금강통문을 여는 병사들 ⓒ양종훈 교수↑ 금강통문을 여는 병사들 ⓒ양종훈 교수
"보초를 서는 군인, 지뢰 제거반의 목소리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그 중 도라산 역장님들의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은 매일 북한으로 출발해 같이 생활해서 '이미 통일이 됐다'고 말하시거든요. 이런 것들이 이미 정서적인 벽이 사라졌음을 표현하는 현장의 목소리지요."


↑ 탄창을 건네받는 병사들 ⓒ양종훈 교수↑ 탄창을 건네받는 병사들 ⓒ양종훈 교수
킬리만자로 산맥과 에이즈의 천국 스와질란드 등 안 가본 곳이 없는 그로서도 비무장지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창 추운 지난 1월부터 비무장지대 안 군부대나 민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고생끝에 찍었던 사진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어떤 것일까. 그는 최북단 마을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을 꼽았다.



"이 작은 마을에 졸업생이 딱 셋입니다. 그런데 축하해주러 온 방문객들은 다 별을 단 쟁쟁한 분들이지요. 이 아이들은 미군장교들이 영어를 가르쳐서 '고액과외' 못지않은 교육을 받았어요."

↑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 풍경 ⓒ양종훈 교수↑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 풍경 ⓒ양종훈 교수
그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비무장지대를 재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나 철조망에 걸려있는 꽃의 사진에서 벗어나 DMZ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평소 씨 뿌리고 추수하고 사는 모습을 통해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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