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료보험 괴담' 보험사 냉가슴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8.06.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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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보, 건보 민영화 전단계?…30년 전부터 이미 판매중

가입 안하면 진료 못받는다고?
미국 영화 식코로 네티즌 오해 커져
건보 보완 '보충형 의보' 미국과 달라


최근 논란이 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대책이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민영화의 전단계로 인식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법 개정과 맞물려 건강보험 민영화와 민영의보를 혼동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무엇보다 민영의료보험이라는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것으로 오인한 것도 민영의보 논란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다.

◇민영의보는 건보 민영화?=정부는 2006년 민영의보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건당국은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형 민영의보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실손형 민영의보의 보장범위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실손형 상품은 건강보험의 급여항목 중 환자 본인부담금과 비급여항목을 보장하는데, 이중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민영의보에서 보장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손보업계는 "타이틀만 민영의보의 활성화일 뿐 민영의보 시장을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재경부, 복지부, 금감위 3개 부처 공동으로 KDI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그러나 KDI의 연구용역 결과는 실손형 민영의보가 건보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다 민영의보가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선 것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국내에 상륙한 영화 '식코'(Sicko)의 영향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민영의보 활성화 대책이 총선에서 논란이 된데 이어 미국 민영의보 문제점을 다룬 '식코'가 상영되면서 온라인에서 '민영의보 괴담'이 오가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

민영의보가 건강보험 민영화의 전단계로 인식되면서 각종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졌고 보험사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건보 민영화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법인 허용이 주요 골자다. 민영의보와 무관한데도 '민영의료보험'이라는 용어 때문에 건강보험 민영화로 오인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식코는 건강보험이 민영화된미국사회를 다룬 것임에도 우리나라도 민영의보를 확대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민영의보는 손보사들이 30년 전부터 판매하던 것인데 마치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이 건보 민영화로 오해한 일부 국민이 촛불집회 등에서 민영의보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할 때는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민영의보는 새로운 제도?=우리나라의 실손형 민영의보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만을 보완하는 '보충형 의료보험'으로 미국의 '대체형 의료보험'과 개념부터 다르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보험이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민영의보는 손보사들이 79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실손형 보험으로, 보험소비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실비를 보상한도 내에서 100% 지급하는 상품이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나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손형 보험인 이 상품은 오랫동안 여러 형태의 상품명으로 불렸으나 2006년부터 손보업계가 민영의보로 통일해 부르기 시작했다.

손보사에만 허용됐던 실손형 보험은 2003년 생명보험사에도 허용됐다. 2003년에는 단체보험에 한해, 2005년 10월부터는 개인보험까지 실손형 보험이 허용됐으나 수익성 등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생보사들의 실손형 보험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 5월부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에서 실손형 의료비특약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합류했다.

현재 실손형 민영의보에 가입한 국민 만도 1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의 25%가량이 이미 민영의보에 가입한 셈이다. 2007년 기준으로 손보사들이 지급한 보험금만도 1조원 수준에 달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실손형 민영의보는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을 받는 것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추가 보장을 원하는 가입자만 보충적으로 민영의보에 가입하는 구조"라며 "민영의보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영화 '식코'에서와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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