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4강)에 오른 것은 구(舊) 소련 해체 이후 처음이다. 이쯤 되면 'Hiddink's Magic(히딩크의 마법)'이라며 요란을 떨어대는 해외 언론들을 이해할 만하다.
'2002년 월드컵' 1년 전까지만 해도 경질설에 휩싸였지만 막상 대회의 막이 오르자 히딩크 마법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1승을 거두며 한국에 월드컵 첫 승의 기쁨을 안겨줬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히딩크는 비교적 약팀으로 분류된 호주 대표팀을 맡아 마법의 역사를 이어갔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했던 일본을 상대로 그는 다시 극단적 전술을 펼쳤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에 접어들자 수비수들을 빼고 공격수들을 투입, 최전방에 무려 4명의 공격수를 배치한 것. 그 결과 마지막 8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일본을 꺾었다.
이후에도 히딩크의 마법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러시아를 이끌고 축구종가 잉글랜드와의 유로 2008 예선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다. 히딩크 때문에 잉글랜드는 유로2008 예선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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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티브 맥클라렌 잉글랜드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살생부에 올라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됐다. 히딩크 마법에 걸려 중도 하차한 감독들은 이전에도 여럿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에게 0-5로 대패했던 한국의 차범근 감독은 경기 직후 곧바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02월드컵'에서 히딩크가 이끈 한국팀에게 줄줄이 무릎을 꿇었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스페인 감독, 안토니오 올리베이라 포르투갈 감독도 모두 옷을 벗었다. 2006월드컵 당시 일본팀을 지휘했던 코임브라 지코 감독도 히딩크 마법에 걸려 대회가 끝난 후 경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