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하이마트' 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반준환 기자 2008.06.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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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설계능력이 경쟁력 좌우

'금융 하이마트' 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정부가 '금융상품 전문판매업'을 도입하려는 것은 소비자들이 자신에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갈수록 복잡·다양해지는 금융상품을 객관적인 전문가 조언을 받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산업을 창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왜 도입하나=지금도 은행 지점이나 PB센터는 금융상품을 고객 대신 골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일부 고액예금자 등에게 한정됐을 뿐이다. 금융판 '하이마트'가 도입되면 이런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이른바 '돈되는 고객'을 모시기 위해 경쟁적으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창구 서비스는 축소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셈이다.

현재 미래에셋 등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금융플라자'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는 자사 상품에 국한됐을 뿐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모든 은행·보험상품은 물론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결국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인 금융회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이러면 금융회사들은 '상품개발'이라는 핵심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지점을 많이 확보한 금융회사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금융회사들이 외형확대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상품 전문 유통업체가 생기면 금융상품 설계능력에 따라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덩치가 작아도 좋은 상품을 설계하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셈이다. 벤처형 금융회사의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범위 등 관건='금융판 하이마트'의 상품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관건이다. 도입 취지가 새로운 금융산업 창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론 모든 금융회사의 모든 상품이 취급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일시에 모든 상품을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 역시 "상품범위를 어디까지 가져가느냐가 고민"이라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이나 보험대리점 등 현행 판매채널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숙제다. 방카쉬랑스 시행을 놓고도 은행과 보험사는 이전투구식 신경전을 벌였다. 금융상품 전문판매업체의 파급력은 이를 훨씬 능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밥그릇싸움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면 시행도 하기 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판매업체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게 된다. 판매업자 역시 사실상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는 현재 보험설계·중개사, 증권투자상담사 등 30개 이상의 각종 금융관련 자격증이 존재한다. 이를 기능 중심으로 대폭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연내 금융 관련 자격증을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 따른 소비자보호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금융업권·상품별 소비자 보호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컨대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으면 손실을 판매업자가 모두 배상하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2001년부터 금융상품판매법을 시행하는 일본의 경우 법 시행 후 보험시장에서 금융상품 분쟁신청 건수가 크게 증가했고 대리점이 급격히 줄었다.



이밖에 진입자격·요건·절차와 건전성 규제 및 퇴출체계도 면밀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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