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두번 결심.. 촛불사진 꺼내기도"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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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쇠고기 협상 속사정 공개

-"뇌, 눈 등 수입차단과 검역권한 강화서 어려움 겪어"
-이 과정서 한국행 두번이나 결심
-촛불사진 꺼내며 "과학으로 설명되겠느냐"며 美압박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이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종래 알려진 것과 달리 두번이나 한국행을 결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규모 촛불시위 사진을 협상용 '빅카드'로 사용하는 등 이번 추가협상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속사정이 21일 쇠고기 관련 브리핑에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쇠고가 추가협상 관련 브리핑을 갖고 "미국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미국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QSA 프로그램이란 민간업체가 생산관리 매뉴얼 등을 마련해 미국 정부에 요청하면 미 정부가 이 매뉴얼 등에 맞게 생산과정을 관리, 평가해 제품의 질을 보장한다고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행 두번 결심.. 촛불사진 꺼내기도"


이번 합의결과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된다. 수출위생증명서가 없거나 한국 QSA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작업장에서 생산된 내용이 적시되지 않은 제품은 미국으로 반송된다.

또 30개월 미만 쇠고기라도 뇌, 눈, 척수, 머리뼈는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외 우리가 문제 있다고 판단하는 작업장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은 협상 초반에 논의가 잘 됐지만 검역권한을 강화하고 뇌, 눈, 척수 등의 수입 차단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두번이나 한국행을 결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이 벌어지던 지난 15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귀국을 결정, 뉴욕행 기차를 탔다. 이에 미국측은 기차가 뉴욕에 도착하기 40분전 장관급 회담을 요청해 김 본부장이 발길을 돌렸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촛불시위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이 풀리지 않을 때 조기귀국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는데 그럴 때마다 미국측은 전향적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시위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10일 시위 사진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며 "협상이 어렵게 진행되려 하면 미국측에 '이 사진을 한번 봐라. 이 사진이 과학적으로 설명될 것이냐'고 말했다"며 협상 당시 있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이 이렇게 나올 바에야 차라리 짐을 싸서 한국으로 가겠다는 벼랑끝 전술(brinkmanship)과 광화문의 촛불시위 사진을 적절히 활용, 미국측이 조급해져 자신들의 확고한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과 직접 연관이 없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뇌, 눈, 머리뼈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구해냈다는 데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수차례의 협상과 새벽 비행, 관계장관회의 등 일정을 소화한 김 본부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브리핑을 일찍 끝내려 했지만 김 본부장은 이를 제지한 채 질문을 이어 받았다.

김 본부장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여러 가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실질적으로 노력했다"고 이번 협상결과에 대한 소회를 떨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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