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서 한국행 두번이나 결심
-촛불사진 꺼내며 "과학으로 설명되겠느냐"며 美압박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이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종래 알려진 것과 달리 두번이나 한국행을 결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쇠고가 추가협상 관련 브리핑을 갖고 "미국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미국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행 두번 결심.. 촛불사진 꺼내기도"](https://thumb.mt.co.kr/06/2008/06/2008062118234242621_1.jpg/dims/optimize/)
또 30개월 미만 쇠고기라도 뇌, 눈, 척수, 머리뼈는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외 우리가 문제 있다고 판단하는 작업장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은 협상 초반에 논의가 잘 됐지만 검역권한을 강화하고 뇌, 눈, 척수 등의 수입 차단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두번이나 한국행을 결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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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협상이 벌어지던 지난 15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귀국을 결정, 뉴욕행 기차를 탔다. 이에 미국측은 기차가 뉴욕에 도착하기 40분전 장관급 회담을 요청해 김 본부장이 발길을 돌렸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촛불시위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이 풀리지 않을 때 조기귀국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는데 그럴 때마다 미국측은 전향적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시위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10일 시위 사진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며 "협상이 어렵게 진행되려 하면 미국측에 '이 사진을 한번 봐라. 이 사진이 과학적으로 설명될 것이냐'고 말했다"며 협상 당시 있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이 이렇게 나올 바에야 차라리 짐을 싸서 한국으로 가겠다는 벼랑끝 전술(brinkmanship)과 광화문의 촛불시위 사진을 적절히 활용, 미국측이 조급해져 자신들의 확고한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과 직접 연관이 없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뇌, 눈, 머리뼈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구해냈다는 데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수차례의 협상과 새벽 비행, 관계장관회의 등 일정을 소화한 김 본부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브리핑을 일찍 끝내려 했지만 김 본부장은 이를 제지한 채 질문을 이어 받았다.
김 본부장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여러 가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실질적으로 노력했다"고 이번 협상결과에 대한 소회를 떨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