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실세들의 대거 경질이 첫째 이유다. 우선 청와대의 터줏대감이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에서도 "류 실장이 없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참 외로워질 것"(4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류 실장의 빈자리가 클 것이란 관측이다.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가 류 실장의 거취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하지만 참모들이 날아간 상황에서 청와대가 당청관계에서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많다. 대폭적인 인사쇄신으로 불가피해진 공백을 한나라당이 대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검증 얘기도 나온다. 난국을 헤쳐나갈 정무력과 기획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다.
더구나 현재로서도 정책 주도권은 정부가 아닌 한나라당이 잡고 있는 상황. 굵직굵직한 정책 기조는 대부분 한나라당발(發)이다. 취임 1달도 안 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누구보다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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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핵심당직자는 "오랜 생각이 필요한 정책들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제 거의 법이 됐다"고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밝힌 대운하 포기와 '성장보다 민생안정' 기조도 사실 두 사람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읽어낼 참모와 시스템 부재로 당분간 당청간 헤게모니 싸움은 한나라당이 주도할 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