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쇄신으로 힘 얻는 건 한나라당?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6.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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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와대 인사를 놓고 당청간 주도권 경쟁이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의 대거 경질이 첫째 이유다. 우선 청와대의 터줏대감이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에서도 "류 실장이 없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참 외로워질 것"(4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류 실장의 빈자리가 클 것이란 관측이다.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가 류 실장의 거취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청와대의 경제 브레인이었던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도 마찬가지. 곽 수석의 교체에 대해서는 발표 당일인 20일까지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곽 수석의 뒤는 박재완 정무수석이 잇게 됐다. 이 대통령의 심복이던 두 사람의 교체는 인사쇄신의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참모들이 날아간 상황에서 청와대가 당청관계에서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많다. 대폭적인 인사쇄신으로 불가피해진 공백을 한나라당이 대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 실장을 대신할 인물로 정치권 인연이 거의 없는 정정길 울산대 총장을 기용한 것도 의외란 시각이다. 정 총장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인사 바로 전날. 학자 출신의 류 실장이 행동에 느렸다는 약점이 있었던 만큼 정무에 능한 정관계 인사가 후임으로 오지 않겠냐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벌써부터 검증 얘기도 나온다. 난국을 헤쳐나갈 정무력과 기획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다.

더구나 현재로서도 정책 주도권은 정부가 아닌 한나라당이 잡고 있는 상황. 굵직굵직한 정책 기조는 대부분 한나라당발(發)이다. 취임 1달도 안 된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누구보다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 핵심당직자는 "오랜 생각이 필요한 정책들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제 거의 법이 됐다"고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밝힌 대운하 포기와 '성장보다 민생안정' 기조도 사실 두 사람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읽어낼 참모와 시스템 부재로 당분간 당청간 헤게모니 싸움은 한나라당이 주도할 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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