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MBC 방송화면 캡쳐)](https://thumb.mt.co.kr/06/2008/06/2008062010381221852_1.jpg/dims/optimize/)
◇"'천민 민주주의'라는 말 없다"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이던 진 교수와 주 의원은 용어 논쟁으로 설전을 시작했다. 주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진 교수는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있어도 천민민주주의라는 말은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천민민주주의란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추적을 해보니 2003년인가에 이회창 총재가 한 말"이라며 "(촛불집회의)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맘에 안들었던 것 같다"고 주 의원을 비꼬았다.
◇"정권퇴진운동은 정치집단만(?)"
'천민민주주의' 논란에 이어 촛불집회의 정권 퇴진 구호로 불씨가 옮아갔다.
진 교수는 "정권퇴진운동에 대해 말하자면 누구도 그것을 진짜 정치적 요구로 이해한 사람이 없다"며 "(정권퇴진운동은) 상징적 구호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계속 거부한다면 상징적 구호가 현실적 요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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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의원은 "초창기에 건전한 시민 운동으로 나가다가 소위 주도세력들이 개입해서 정권 퇴진을 외쳐놓고 이제 와서 그게 진의가 아니었다는 거냐"며 받아쳤다.
그러자 진 교수는 "한나라당은 과거에 정권퇴진운동 안했나"고 지적했고 주 의원은 "우리는 정치집단"이라고 답했다.
주 의원의 답변에 진 교수는 "정치집단이 왜 천민 짓을 하냐"며 "시민들은 길바닥에서 화나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그걸 정제된 언어로 요구하셔야 할 정치인들께서 왜 천민 짓을 하고 이제 와서 남들에게 천민이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인터넷 실명제하면 제일 손해는 한나라당"
진 교수는 주 의원이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형편없는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고 한 발언도 강하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수준이 형편없는 네티즌들이 있긴 하다"며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이 교수는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교수가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다음아고라를 어렵게 찾아가서 들어가 봤다. 아이들의 글이 프리존 토론방같은 이른바 우파 웹진에 올라온 글들보다 훨씬 수준이 있음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다(요즘 우파웹진의 글 수준은 아이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이어 "인터넷 실명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효과를 발휘할 경우 한나라당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위사실로 인신공격 한 것은 잊어주겠다(?)"
진 교수는 "주 의원이 수준이 형편없는 네티즌들이 있다고 했는데 비율로 따지면 수준없는 국회의원들이 더 많다"며 주 의원을 공격했다.
"몇년전 국감기관에서 피감기관과 폭탄주를 마시며 화끈한 대구의 밤문화, 광란의 밤을 얘기하던 의원이 있었다"며 "그런 분에게는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김밥먹는 것이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말이 없던 주 의원의 반격은 토론이 끝날 무렵 등장했다. 주 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진 교수가 허위보도에 근거해서 인신공격을 한 점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겠다"며 진 교수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 교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김종률 통합민주당 의원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MBC 방송화면 캡쳐)](https://thumb.mt.co.kr/06/2008/06/2008062010381221852_2.jpg/dims/optimize/)
이날 손석희 교수의 깔끔한 진행도 주목을 받았다.
주 의원과 김 의원이 설전을 벌이다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토론이 공전되자 손 교수는 답답한 표정을 짓더니 "우리 토론 좀 하자"고 말하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
김 의원이 발언 기회를 요청했으나 손 교수는 "제가 개입하겠다"며 "토론이 이렇게 진행이 되면 보시는 시청자들이 굉장히 피곤하다"고 토론자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일부 토론자들의 주장에는 따끔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주 의원이 "MBC가 다음 아고라 광고를 해주고 있다"고 비판하자 손 교수는 "아고라와의 문제는 저희들이 해석을 부탁드리고 있는 상황이고, 저희가 광고 홍보를 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방송이 끝날 무렵에도 양측의 공방이 끝나지 않자 손 교수가 나섰다.
주 의원이 "토론 과정에서 진 교수가 허위보도에 근거해서 인신공격을 한 점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겠다"고 말하자 손 교수는 "잊어버리겠다고 하니 끝내겠다"고 말하는 재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