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 껑충...재개발 되레 발목 잡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7.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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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개발 파급효과와 강북 부동산 시장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한 U턴 프로젝트는 사실상 강북 부동산 가격 상승의 든든한 토양이 되고 있다. 8.31 대책이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 내놓은 서울시 자체의 개발 프로젝트지만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뚝섬과 용산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강북권 부동산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한남뉴타운 일대와 서빙고동 한강변 단지가 수혜지역으로 떠오르며 매수 문의가 이어졌고 투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아파트 거래금액을 살펴보면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2006년 말 이후 1년 반 동안 줄곧 성장세를 멈춘 반면 강북 U턴 프로젝트 수혜지역인 7개구(강북, 도봉, 마포, 성동, 용산, 은평, 동대문)의 아파트 가격은 2006년 5월 평균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줄곧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남에 비해 저평가돼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당한 가격상승’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수십년간 특별한 움직임이 없던 이들 지역의 최근 2년간 상승은 분명 눈에 띄는 변화다.



따라서 한때 3.3㎡당 최고 1800원까지 차이가 났던 강남 3구와 U턴 7구는 6월 중순 현재 15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두그룹의 단위면적 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2934만원과 1427만원이다.

U턴 7구와 나머지 자치구의 격차도 2006년 11월 3.3㎡당 최고 546만원의 차이를 보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 현재 402만원 차로 줄어들었다.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U턴 프로젝트의 성과는 강남ㆍ북 부동산 가격의 격차를 줄였다는 점에서 기여한 바가 크다.
집값만 껑충...재개발 되레 발목 잡아


◆분양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수준

U턴 프로젝트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다. U턴 프로젝트의 주축인 뚝섬과 용산에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도 전국 최고수준으로 만들었다.


뚝섬지구는 강남 접근도가 뛰어나고 한강 조망권과 서울숲이라는 대형 정원이 있다는 이유로 3.3㎡당 4000만원을 웃돌았다. 올 초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뚝섬 상업용지 1구역 분양가는 3.3㎡당 최고 4598만원, 대림산업에서 시공하는 3구역은 최고 4594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림산업의 성동구 뚝섬3지구 한숲 e-편한세상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과 장남 이해욱 부사장, 이부용 전 부회장의 아들 이해서 씨 등이 당첨돼 ‘그들만의 아파트’로 회자되기도 했다.

이들 아파트가 들어선 뚝섬 상업용지는 2005년 2월 서울시가 최고가 경쟁을 통해 매각하려다 ‘과열 경쟁’을 이유로 취소했다가 4개월 뒤에 감정가의 40%를 올려 재매각해 논란이 된 지역이다. 서울시는 이들 업체에게 3.3㎡ 7732만원에 매각했다.

용산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용산은 제2의 강남으로 불리며 오피스텔 가격만 최고 4500만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를 일반 아파트에 적용하면 대략 5500만원선. 가격 면에서 따라올 지역이 없는 분위기다. 실제 분양되는 아파트의 가격수준은 3000만원대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용산역사 개발 등 지역호재와 맞물릴 경우 뚝섬에 버금가는 분양가격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분가는 상상을 초월

지난 4월30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소재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U턴 프로젝트의 핵심지역인 용산구와 성동구가 유일하게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12.9%, 성동구는 11%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구 청파동 대지 지분 33㎡의 한 빌라는 3.3㎡당 7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용산 개발의 노른자 땅인 집창촌 인근으로는 ‘지분값만 평당 1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2년 사이에 최고 10배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많이 몰려 ‘재개발 지분투자는 로또’라는 인식만 잔뜩 심어놓고 죄다 빠져나갔다”면서 “최근 두달 동안 거래도 없고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성수동 인근의 4차 뉴타운 후보지의 가격 상승도 U턴 프로젝트 이전보다 5~6배 상승했다. 실제 이들 지역은 기본계획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가격만 오르고 있어 투자처로 매력을 잃은 상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용산이나 뚝섬의 재개발이나 뉴타운 부지들은 지분가가 극에 달해 분양권을 받는다 해도 추가부담금을 내고 나면 이익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면서 “이들 지역의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게다가 용산구와 성동구는 지분쪼개기가 성행한 지역으로 속칭 업자들의 ‘작업’이 끝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난무하는 지분쪼개기로 사업성이 떨어져 재개발 사업의 진행이 더디거나 포기하는 곳이 많다는 판단 하에 7월 이후 준공승인을 받은 60㎡ 이하의 다세대주택에 대해 현금청산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집값만 껑충...재개발 되레 발목 잡아
◆개발 당시부터 짜집기

재개발 구역이 주를 이뤘던 당시 노후지역이 대부분인 사업지에 55%에 이르는 중대형 면적의 공급이 옳은 판단이냐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입주민이 입주가 불가능한 높은 비율의 중대형 위주의 공급은 여러가지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었다"며 "개발 당시부터 기존의 계획을 겉포장만 번지르르하게 바꿔놓은 프로젝트였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호가만 높고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개발 계획만 덜렁 내놔 가격만 크게 오른 상태에서는 어떤 개발도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시의 개발계획 준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한편 자립형 사립고의 유치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없이 ‘추진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아직까지 가시화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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