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턴 프로젝트 2년, 강북은 다시 태어나고 있는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7.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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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서울시 U턴 프로젝트 해부

지난 2005년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이 미흡하다며 후속 조치로 2006년 2월21일 서울시가 들고 나온 U턴 프로젝트는 강북지역의 업그레이드 개발전략의 하나인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변화한 서울의 모습은 강북의 집값만 꼭대기에 올려놓은 듯한 인상이다.

U턴 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용산과 뚝섬은 강남권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모두 빨아들이며 급부상해 이제는 강남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서울시의 ‘강남에 견주에도 손색이 없는 강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부동산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셈이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임기를 불과 4개월여 남기고 10년이 걸리는 서울 강북 변모 프로젝트를 제시해 차기 시장 선출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은바 있다. 민선 4기 오세훈 시장은 당선 후 도시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묶인 권역별 산업육성과 뉴타운 사업 확대 추진으로, U턴 프로젝트의 내용을 대부분 포함한 새로운 이름의 사업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 5대 핵심 프로젝트를 비롯한 하위 프로젝트 내용에는 U턴 프로젝트의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존재하는 개별 사업이 아니라 서울시의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U자 모양의 강북권 개발 계획은 전체적인 밑그림일 뿐 각각의 사업은 해당 뉴타운지구에서 개발진척도에 따라 진행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6년 발표한 U턴 프로젝트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도심 재개발사업의 방향을 제시할 뿐 결과에 대해 책임질 논의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2006년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은 사실상 시의 도심 개발에 대한 포괄적인 방향제시이며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발표한 도심재생사업에서 구체화 됐다는 것이다.

도심재생사업은 서울시의 5대 핵심 프로젝트로 서울을 1도심, 5부도심, 11지역중심으로 구분하고 4대 생활권과 9중 생활권으로 구분한 서울 전체의 개발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서울시 전체의 아파트 가격변동을 보면 강북지역, 특히 U턴 프로젝트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이 주도적으로 일어났다.
U턴 프로젝트 2년, 강북은 다시 태어나고 있는가?


◆어떤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였나


U턴 프로젝트의 핵심은 용산과 뚝섬을 기점으로 서울 강북을 U자 형태로 개발해 교육수준을 개선하고 중대형 위주의 주거지역으로 개발해 강남북간의 지역균형 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까지 강북지역에 13만가구, 2016년까지 25만가구를 공급하고 이들 가운데 중대형은 전체 가구 중 55%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강북의 주요 뉴타운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해 강남 8학군 수준의 교육환경을 만듦으로써 교육 격차를 줄이는 한편 강남 대체효과를 누리겠다는 복안이었다.

흡인요인의 핵심은 역시 용산 민족공원과 서울숲이다. 청계천과 서울숲의 파급효과를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해 한강 주변지역의 주거환경이 좋은 곳의 수요를 서울 북부지역인 은평, 도봉지역까지 확대하는 U자 형태로 발전시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은평뉴타운-아현뉴타운-용산-뚝섬-청량리부도심-미아뉴타운-도봉뉴타운으로 이어지는 서울 강북지역에 U자형 주거벨트가 조성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이름도 U턴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용산 일대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민족공원 조성, 용산역 주변은 국제업무지구로, 서빙고 아파트지구는 중대형 주택지로, 한남 뉴타운 사업지구는 중층 미니신도시로 꾸민다. 또 이태원 관광특구 주변은 국제문화기능 중심지로 개발하는 한편 남산 남측 해방촌 일대는 친환경 미래형 주택단지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뚝섬 일대는 서울숲과 연계해 역세권의 경우 복합문화타운으로 개발하고 준공업지역은 도시형 첨단 사업단지로 개발, 성수동 한강변 주거지역은 고층 주거단지로 조성한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주거문화 복합거리로 조성되고 구의·자양 균형발전촉진지구는 행정업무와 주거기능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강북 발전의 걸림돌인 구릉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인근 역세권과 사업권역을 묶어 정비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이 외에도 강남 대체효과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하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교육지원 조례를 개정해 연간 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강북의 최고 입지를 지닌 뚝섬 서울숲 인근과 용산 민족공원 주변을 거점으로 하는 U턴 프로젝트는 현재 뉴타운사업과 연계된 전략이다. 하지만 18대 총선 이후 뉴타운 공방으로 몸살을 앓다가 서울시의 지정 잠정 유보로 인해 유야무야된 상태다.

특히 U자 형태의 중심축인 용산구와 성동구를 비롯해 강북의 노후 주거단지의 뉴타운 지정이 중단되면서 U턴 프로젝트는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혼용돼 가끔 중개업소에서 지역 호재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지역에서 분양하는 일부 아파트는 높은 가격에 분양하며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뉴타운 진행상황은 갈길이 한참 먼 상황이다.

U턴 프로젝트의 한 축인 성동구청 한 관계자는 “한강변에 위치한 성수동 일대 4차 뉴타운 후보지에 대한 결과가 서울시의 잠정보류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면서 “서울시가 강북지역의 부동산 가격 안정 후 지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서울시가 자치단체의 요구조건을 일정 시간에 동시에 발표해야 사업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난개발 우려로 인한 재개발 허가가 나지 않아 U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뉴타운 지정 이후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재개발에서 풀지 못하는 기반시설 확충 등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버금가는 한국판 베버리힐스를 만들겠다던 서울시는 남산 남측인 해방촌 일대를 포함해 이태원동, 갈월동, 후암동 등 용산 개발에 대한 어떠한 성과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는 "발표 당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냐"며 "U턴 프로젝트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개별적 이해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U턴 프로젝트는 각 자치구 뉴타운 사업의 일환이며 서울시는 개발계획에 대한 승인여부만 결정할 뿐 관여하지 않는다. 결국 전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발표해 지분가, 분양가, 매매가를 올려놓았지만 ‘섣부른 발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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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사립고등학교는 어디로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 아현뉴타운 내 들어설 자립형 사립고의 난항도 걱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은평ㆍ길음 뉴타운 내의 자립형 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대교와 라성 정형기 재단을 선정했지만 사업포기로 인해 재공모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교는 학교 설립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라성 정형기 재단은 부지면적이 좁다는 이유로 각각 포기했다.

이후 올 4월 말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심사에 응모해 은평뉴타운 내 자립형 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영국의 이튼스쿨같은 학교를 모델로 삼겠다며 의욕을 보이며 추진을 서둘렀으나 불거진 특혜입학 문제로 본래 의미가 퇴색된 상태다.

하나금융그룹은 임직원 자녀를 사회공헌 자녀, 군인 자녀, 다문화 가정 자녀 등 정원의 20%를 차지하는 특별전형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학교의 특별전형은 면접만 통과하면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기여입학제로 봐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그룹측은 광양제철고를 예로 들며 건축비와 운영비를 부담하면서 소수의 학생 선발권마저 없다면 어떤 기업이 유치를 하겠느냐고 임직원 자녀를 특별전형에 포함시킨 것을 해명하고 있다.

은평뉴타운 내 자립형 사립고는 2010년 완공 예정이다. 서울시는 U턴 프로젝트 발표당시 2008년까지 3개의 자사고를 완공하겠다고 했으나 교육부와의 갈등, 참여기업의 부재 등으로 뾰족한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중대형의 오판...중소형 가격 부채질

U턴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오판은 강북을 강남 수준의 주거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 중대형 중심으로 분양을 지원했다. 강북개발 로드맵은 강북 수요를 대체할만한 고급주택을 공급한다며 고급개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2006년 이후 중소형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상계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의 아파트 가격 급등도 결국 중소형아파트를 찾기 위한 실거주 목적의 수요들이 이동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U턴 프로젝트가 강북지역의 집값 급등의 원인 가운데 파급효과가 가장 컸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가 공급계획을 세울 때 중ㆍ대형 위주의 면적을 공급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시장 상황을 오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에서는 강남 수요를 잡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투기자본은 오히려 실수요층이 몰리는 중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강북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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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뉴타운 개발 ‘부담스럽다’

서울시의 계속되는 개발공약이 강북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가운데 6월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 조례가 뉴타운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정의, 녹색연합, 주거복지연대 등 20개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확정한 주거환경 정비 조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존 재건축지구로 묶여있는 곳의 재개발 전환이 가능해 지고 330만㎡(100만평) 가량의 면적도 추가로 재개발지로 지정될 수 있어 뉴타운을 지정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6월17일 주거ㆍ시민단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분간 추가되는 뉴타운 지정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뉴타운 추가지정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면서 “모두 2475만㎡(750만평)의 대지가 뉴타운에 버금가는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부동산 가격 폭등과 투기를 우려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재개발구역 지정요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 대상지역 선정 기준과 관련된 호수 밀도(1ha당 노후 건축물의 수)를 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기존 건물 하나 당 1채로 계산하던 것에서 90㎡당 1채로 수정하게 된다.

서울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연합은 서울시가 쏟아낸 정책 대부분이 문화ㆍ환경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름만 거창할 뿐 이전 계획을 모아 재편집하거나 문화ㆍ환경과 거리가 먼 개발주의 프로젝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오 시장의 취임 2년을 맞아 뉴타운과 디자인서울로 본 서울시 개발정책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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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정착 없는 개발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뉴타운 사업 등 도심 개발사업의 핵심 과제는 강북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하며 시에서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개발 소문이 도는 지역 대부분이 외부 자본이나 투기세력에 의해 가격만 올려놓고 차익실현 후 빠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등 대부분의 뉴타운 사업지의 경우 원주민 정착률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원주민 대부분이 서민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추가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높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뉴타운 개발 소문이 돌면 원주민들은 보상금으로 지역 주변 전세나 소형 주택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라며 “사업 계획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나 뉴타운이 발표되면서 실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땅값만 잔뜩 올리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또 “결국 지가가 너무 올라 사업이 더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와 정부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예측 가능한 정책 대안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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