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이종휘 황금콤비, '우리' 시대 연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6.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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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우리금융CEO 투톱 행보에 금융권 촉각

“우리금융은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였지만 그동안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종휘 우리은행장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 새로운 전성시대가 예상된다." -신한지주 관계자

"이팔성과 이종휘는 정말 황금조합이다. 우리금융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국민은행, 신한지주도 예전처럼 평이하게 대응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국민은행 모 임원.



최근 그룹 내 주요 CEO 인선을 마무리한 우리금융 (11,900원 0.0%)의 행보에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자산규모 300조원을 돌파한 우리금융은 국민은행, 신한지주와 함께 금융권 빅3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이 새삼스레 우리금융의 경영진 변화를 주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 이종휘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팔성·이종휘 황금콤비, '우리' 시대 연다


◆우리금융의 해묵은 내부갈등

현재 우리금융의 가장 큰 약점은 계열사간 시너지가 거의 전무하고 임직원들의 유대감도 끈끈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국내 첫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했다. 본래 금융지주회사는 대형화 및 겸업화를 촉진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우리금융은 사정이 달랐다.

우리금융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 된 한빛(상업+한일), 평화, 경남, 광주 등 부실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시너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손잡은 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지붕 살림을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계열사나 직원들간 동반자 의식 보다는 이겨야 할 경쟁상대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CEO들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목격될 정도다.

지난해 11월의 한 장면.


서울 남대문 우리금융 본점 회의실에서 고성이 오갔다. 은행장 경영협의회에 참석한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정태석 광주은행장이 목포시금고를 서로 유치하겠다며 말싸움을 벌인 것이다. 본래 일선 실무진에서 빚어진 마찰이었는데 담당임원을 넘어 은행장들까지 이어졌다.

보다 못한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은행장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연임이 결정되니 관여하지 말라"고 되받아쳤다. 결국 목포시금고에는 우리, 경남, 광주은행이 모두 뛰어들었고 울산시금고에서도 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당시 금융계에선 “밥 그릇 하나 놓고 큰형과 작은형, 막내가 싸움을 벌이는 꼴”이라 폄하했다. 우리금융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간 영업지원이나 공동사업은 보기 어려웠다. 우리투자증권이 우리은행과 IB(투자은행) 부문에서 공동사업을 펼치는 정도가 그나마 정상적인 지주회사의 모습이었다.

경쟁상대인 신한지주를 보면 그룹차원에서 모든 자회사를 아우르는 'One Bank-New Bank' 전략의 완성이 돋보인다. 새로운 사업모델, 프로세스, 인프라를 모든 계열사가 공유하고 지주체제 운영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가 훌륭히 정착했다.



예컨대 은행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여신신청이 들어오면 캐피탈 등 자회사에 적극적으로 연결해준다. 자회사에서 대출이 성사되면 영업을 연결해준 은행직원에게 성과급이 지급될 뿐 아니라 인사고과도 상향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발급도 그러하다.

특히 우리금융 계열사 중 맏형격인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한일-상업 등 출신은행별 갈등을 안고 있다. 현재는 많이 줄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출신을 따지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런 탓에 한 쪽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 대한 반발이 무척 심하다. 지주사 회장 및 우리은행장에 한일은행 출신인 이팔성 씨와 이종휘 씨가 각각 내정되자 상업은행 출신들이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팔성-이종휘, 최상의 시너지 기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금융이 내부갈등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지주회사의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경쟁력이 월등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우선 그룹 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돼야 하고 임직원들의 교류와 공동사업도 활성화 돼야 한다. 더욱이 우리금융은 지난해 인수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파이낸셜 등 비은행 부문육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CEO들간 공감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이 같은 점에서 금융계는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이 '황금조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의 능력이나 인품, 경영스타일을 볼 때 최상의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이번 CEO 인선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들은 40여년간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며 신뢰를 쌓아온데다 경영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입증했다.

이팔성·이종휘 황금콤비, '우리' 시대 연다
이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외환위기 전까지 우리은행에서 일해왔다. 1991년 한일은행 남대문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는 국내 5500여개의 모든 은행점포 가운데 여수신 1위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1996년 2월 한일은행 최연소 상근이사로 승진했으며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한빛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맡은 이후엔 1년도 거르지 않고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당시 우리은행 지점안에 증권사 영업소를 여는 등 현재 금융계에선 일반화 된 교차판매를 이미 도입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맺으며 우리투자증권은 업계 2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올랐다.

이 회장은 2005년 6월 서울시향 사장에 취임한 후 정명훈 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 서울시향을 서울시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켰다. 서울시향의 자체수입은 2004년 1억3720만원에서 2007년 33억원으로 늘었다.

이팔성·이종휘 황금콤비, '우리' 시대 연다
이 행장은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재무기획팀장, 여신지원본부장, 기업금융고객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수석부행장 등 핵심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통뱅커이면서도 금융권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업무에는 치밀한 스타일이지만 성품이 온화해 안팎으로 적이 없다는 평이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등 기업금융에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시절에는 부서간 업무상충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며 신망을 얻었다.

이들은 업무스타일에서도 적절한 조합이다. '마당발'로 불리는 이 회장은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 탓에 금융계 뿐 아니라 재계에도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이 행장은 '전략-기획통'이라 불리면서도 영업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외업무와 내부관리로 역할분담이 충분한 구도다.

다만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상업은행 출신들이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우리은행 부행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일정부분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박해춘 은행장 시절 사라졌던 수석부행장 제도를 부활하고 이를 이 부행장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 수석부행장은 말 그대로 은행장을 보좌하는 2인자로 조직 내 의사소통을 비롯해 내부관리와 사업전략을 이끌어가는 중책이다. 이 부행장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시원시원하고 합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은행 내부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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