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병약한 유전자를 타고났거나 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의료보험에 들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우연한 '불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현실을 먼 나라 얘기로 그저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도 이런 '의료보험 민영화'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국민의료보험이 미국의 경제 양극화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국민의료보험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불평등을 고치는 더 광범위하고 어려운 임무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수백만의 중산층 가정들은 사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고 있다. 결국 보수주의운동이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1920~1950년대 부유층과 노동자 계급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이른바 뉴딜정책기의 '대압착' 시대를 주목했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이 부활한 결과 하층계급으로의 소득과 부의 재분배는 물론이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가져왔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확충,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강조했던 존 메이너스 케인스의 방법론만이 경제 양극화의 늪에 빠진 미국을 구해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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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민영의료보험 확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요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는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미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미국경제체제 개혁을 통해 선진사회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폴 크루그먼 /현대경제연구원BOOKS/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