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경배號 '외유내강의 힘'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6.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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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서경배號 '외유내강의 힘'


'은둔형 CEO'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45,사진)이 4년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뭘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향후 비전을 밝힐 수 있을 때가 된 것 같아 이렇게 나서게 됐습니다."

그는 2015년까지 매출 5조원을 달성, 아모레퍼시픽 (131,600원 ▼5,700 -4.15%)을 글로벌 '톱10' 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2남4녀 중 차남으로 97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화장품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성공한 '2세 경영자'로 통한다.

경영 성과는 화려하지만 언론 앞에서는 조심스럽다. 취임 후 11년간 서 사장이 공식 기자 간담회에 나선 것은 취임 때, 2002년 해외 사명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꿀 때, 2004년 중국 상하이에서 글로벌 비전을 발표할 때 등 단 세 번뿐. 이번이 네번째다. '기업가는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 때문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대해 매우 신중해한다.



경영에 있어서는 과감하다. 그는 지난 93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 시절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이때의 구조조정은 이후 불어 닥친 IMF 한파에 맞설 수 있었던 방파제가 됐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자유분방하다. 사내에서 그는 '사장님' 대신 친근하고 격의없는 '서경배님'으로 불린다. 아모레퍼시픽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사내 직급 호칭을 없앴다.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님'으로 부른다. 올초 회사 임직원들이 모여 격의없이 회사의 미래를 함께 나눈 자리를 만든 것도 서 사장이 주도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다.

서 사장은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여가 생활에 대한 질문에 '독서'는 빠지지 않는 대답이다. 가장 최근엔 김현수 작가가 쓴 '여행할 권리'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미(美) 창출하는 화장품 기업 CEO답게 관심 분야도 경영·역사·건축 ·미술 등 다양하다.


책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 책을 사랑하는 서 사장이 모교에서 진행하는 '멘토'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것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81학번 출신인 서 사장은 대외 활동에 그다지 열성적인 아닌 성격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의 인생, 진로 상담에는 적극적이다.

"일년에 두세번 정도 후배들과 만나요. 술먹는거죠(웃음). 맛있는 사주면서 학생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해주고 하는데 학생들이 매우 관심있어하니 기분이 좋아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신념도 남다르다.

"기업도 '착한 시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기업, 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9월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작은 화장품 회사에서 출발했다. 작은 회사였지만 개성 상인 출신인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포부는 컸다. 부산 피난 시절에 모두 어려움이 컸지만 ABC포마드라는 식물성 화장품을 선보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이후 반석을 다져 오늘에 이르렀다.



"아모레퍼시픽은 미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63년을 보내왔어요. 지금까지 서양의 미가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동양의 미가 주목받게 될 겁니다. 아시아의 미로 세계를 아름답게 해보고 싶습니다."

◆약력
1963년 1월 14일 출생
1985년 연세대 경영과 졸업
1987년 코넬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7년 태평양화학 과장
1989년 태평양종합산업 기획부장
1990년 태평양화학 재경본부장
1990년 태평양화학 기획조정실장
1992년 태평양제약 사장
1993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
2003년 2월 대한화장품협회 제38대 회장
2005년 2월 대한화장품협회 제39대 회장
2006년 6월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2006년 7월 프랑스 레종 도뇌르 수훈
2007년 2월 대한화장품협회 제40대 회장
2007년 10월 '제 1회 자랑스러운 코넬동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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