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협의 난항, 고유가 대책 언제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6.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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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환경부·지경부, 이견차 좁히지 못해

-휘발유 규제 "미국도 폐지" vs "미국과는 사정 달라"
-환경부담금폐지 · 연비1등급車 지원책도 부처간 이견

정부가 추진하는 고유가 대책이 부처간 이견으로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물가 상승과 서민층 피해를 막는다는 대의 명분이 환경 보전과 세수 확보 등 각 부처의 고유업무와 부딪치면서 빚어진 결과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내 휘발유 환경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후변화 정책 관련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 기준을 낮춰서라도 석유류 수입을 유도해 국내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쪽과 대기질 악화 우려가 있어 단순한 경제논리로만 볼 수 없다는 측이 맞서고 있는 것.

재정부는 국내 석유류 공급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석유류 수입 활성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 두차례에 걸쳐 휘발유에 대한 할당관세를 2%포인트씩 인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휘발유 수입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휘발유 함유물질 중 산소함량 최소하한선 규제를 철폐하는 안까지 들고 나온 것. 특히 재정부는 이같은 규제가 미국과 한국에서만 시행돼오다 미국마저 지난 2005년에 폐지했다는 점을 들어 폐지해도 괜찮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기준 완화 여부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환경적 측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환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산소 함유량 하한선을 없앤 건 맞지만 대신 에탄올을 넣도록해 산소함유량이 올라가는 효과를 보게 했다"며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경유차 소유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환경개선부담금 폐지 문제도 아직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사이의 이견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지경부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유로4' '유로5' 이상인 경유 승용차에 대해 연간 10만원대인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비가 높은 경유차 이용 확대를 유도해 고유가 시대에 대처토록 하겠다는 의도다.

지경부 관계자는 "배출 가스 면에서 클린 디젤차나 다름없는 차량들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공식적인 협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지경부가 이같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환경부 당국자는 "의견은 누구나 낼 수 있지만 환경개선부담금 주무 부처인 우리 부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 추진'등을 거론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부처간 조율에 실패해 고유가 대책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경부는 지난 4월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깎아 준다고 발표했다가 국토해양부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지난달에는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경차처럼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재정부 등 관계 부처의 이견으로 흐지부지된 됐다.

고유가 대책은 단순한 유류 소비 형태와 산업적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문제, 세제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부처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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