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쇠고기 추가협상, 어디로 갈까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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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관급 회담 필요".. 美협상전략·'촛불' 잠재울 카드 준비?

-갑작스러운 김종훈 본부장 귀국, 하룻새 철회
-美 자율규제 정부개입에 '난색'
-외교부 "美변화, 협상해봐야 알수 있다"

팽팽한 쇠고기 추가협상, 어디로 갈까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귀국으로 중단되는 듯 하다가 미국측의 요청으로 재개돼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 13~14일 워싱턴D.C.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를 두고 추가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 대표단은 철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한국행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던 중 미측이 '장관급 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협상 재개를 요청해와 김 본부장은 미국에 더 머물러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귀국, 그리고 철회=김 본부장의 귀국은 급작스러웠다. 김 본부장 등 정부 대표단은 지난 13~14일 양측간의 기존입장만을 확인한 협상 후 15일 하루를 쉬고 16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집중 협상 후 하루를 쉬기로 해 양측간 의견을 조정 후 16일 쟁점에 관한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 슈워브 대표도 16일 오후부터 미중 전략경제대회 참석이 예정돼 있어 16일 협상이 타결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갑작스럽게 귀국을 결정해 한미간 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하다'는 외교적 수사가 실은 결렬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양측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교역하지 않겠다는 민간 수출입업자들의 자율규제를 어떤 식으로 보완할지를 놓고 협상을 했고 우리측은 수출증명(EV) 프로그램 도입을 요청했다. 이에 미측이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으로서는 대만, 일본 등과도 쇠고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과의 협상이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적 문제를 놓고 양측간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데 시일이 걸릴 수 있어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해결해 보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협상 철수도 갑작스러웠지만 협상재개도 급작스러웠다. 미국측은 15일 오후 6시30분 뉴욕행 기차를 타고 워싱턴으로 떠난 김 본부장에게 오후 9시10분경주한 미국 대사관과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장관급 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의 전망은=외교부는 이번 김 본부장의 귀국 철회가 장관급 회담이 더 필요하다는 미국측 요청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외교부보다 먼저 미국측의 협상재개를 밝힌 것으로 봐 여론 악화 부담을 덜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양측이 짧은 시간 동안 협상중단과 재개를 오간 것에 대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을 위해 기차까지 탄 김 본부장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인 일이나 '장관급 회담'을 강조한 미국측의 변화를 해석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측의 고도의 협상전략일 수도 있고 '촛불민심'을 우려한 미국측의 양보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또 역으로 김 본부장이 미국을 떠날 준비를 했던 것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우리측의 협상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간 대면협상이 필요하다는 미국측의 요청에 따라 협상재개를 수락했다"며 "미국의 입장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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