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유가 잡으려 환경까지 포기하나"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8.06.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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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휘발유 산소함량 최소하한선 철폐 추진에 불만

정부가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휘발유의 환경기준을 대폭 완화키로 한 것과 관련해 정유업계는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환경까지 포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6일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휘발유 함유물질 중 산소함량 최소하한선 규정의 철폐를 추진하고 있다. 산소는 휘발유의 완전 연소를 도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휘발유 중 산소함유 최소하한선을 0.5%로 정해 운영 중이다. 최고상한선은 2.3%다.



재정부는 이 같은 규정이 휘발유 수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라고 판단, 환경기준을 낮출 경우 외국산 휘발유 수입이 활성화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이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에너지 세제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유가 환경오염 물질이 많다며 세금을 크게 올렸는데 이번엔 환경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야하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까지 경유와 휘발유에 포함된 황 함유량을 지속적으로 낮추겠다고 했는데도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책에 일관성도 없고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원유 수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세인하, 수입사 비축의무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내 휘발유 값이 국제 가격보다 싼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이번 대책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산업적인 특성이나 시장 원리 등과 맞지 않는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석유류 유통구조 개선으로 유가를 낮추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담합조사,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정유업체 압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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