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속도조절 '홍-임 라인의 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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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대통령의 이른바 'MB노믹스'가 미세 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연초 인수위원회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성장은 안정으로 대체됐다. 조직 개편으로 대표됐던 작은 정부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각종 개혁 작업 역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왜일까. 표면적 이유는 대내외 환경 변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여권 내 '파워 집단'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준표-임태희'로 대표되는 원내 지도부가 MB노믹스의 속도 및 완급 조절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변화를 두고 '당청 갈등'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권 인사는 "그간 원론주의자들이 정책을 주도했다면 이젠 합리적 현실주의자들로 바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론'에서 '소프트'로 = 변화의 핵심은 '완급 조절'이다. 이전까지 '원론'에 기반한 일방 추진이었다면 이젠 현실적 접근이다. '강한 개혁' 대신 소프트(부드러운)' 개혁인 셈.

미세 조정의 대표 정책으론 우선 '작은 정부'가 꼽힌다. 정권 출범 전부터 정부 조직 개편을 밀어붙이며 드라이브를 걸었던 작은 정부 정책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양적 접근을 해왔는데 이젠 질적인 접근을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를 '서비스' 기관으로 볼 때 마냥 정부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임 의장은 동시에 "정부 혁신"이란 말을 몇 차례 했다. 이전 정부가 해왔던 큰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공기업 민영화 역시 다르지 않다.

'민영화 = 경쟁 유도 = 서비스 개선 = 선(善)'이란 등식으로 도식화했던 정권 초기 구상은 약해졌다. 대신 "값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민영화는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 시장주의"(홍준표 원내대표)에 담긴 약자에 대한 배려 등도 변화의 한 흐름이다.

◇'홍-임' 라인의 힘 = '소프트 개혁'의 선봉장은 '홍준표-임태희' 라인이다. 이들은 '원론'보다 '합리'에 무게를 싣는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누차 강조한다. 이 '현장'에는 이해 계층뿐 아니라 정책 집행 단위인 정부 부처도 포함된다. 임 의장 역시 관료 출신으로 '원론적 접근'과 다소 거리를 둔다.

전직 한 관료는 "통상 교수 출신 인사들은 이상을 추구하며 실책을 범하기 쉽다"며 "이와 비교할 때 현 여당 원내 지도부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교수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청와대의 목소리는 그만큼 줄었다. 이를 두고 교조적으로 변질됐던 MB노믹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물론 민영화 등에 있어 청와대에서 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당청 갈등'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 대부분이 인적 쇄신 대상에 포함돼 있는데다 여권내 역학 관계를 감안할 때 '홍-임' 라인이 거머쥔 정책 주도권이 청와대로 되돌아 가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향후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과정에서 관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될 경우 홍-임 라인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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