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50弗? "세계기업들 줄초상"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6.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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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달러 넘어서면 경제 분석모델 적용 불가…세계경제 타격

- 가즈프롬 CEO, 유가 250달러 전망
- 기업들 파산 줄잇고 항공사 국유화될 것
- "가능성 낮지만 있을 수 있는 일"

연일 가중되는 유가 부담이 마지노선을 넘어설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과 항공사 국유화 등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설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연일 기록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의 고유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유가발 경기 불안심리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10일 세계 최대 천연가스업체 러시아 가즈프롬의 최고경영자 알렉세이 밀러가 '가까운 미래'(foreseeable future)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이후 유가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한층 짙어졌다.

◇유가 250달러 시대 올까



사실 유가가 2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나틱시스블라이슈로더의 애널리스트 제프 스피텔은 밀러가 말한 유가 수준은 전란이나 대형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 등의 특수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의 수석 석유애널리스트 톰 클로자도 유가 250달러 발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클로자는 유가 상승이 가즈프롬에 이익이 된다며 편견이 포함된 밀러의 발언을 신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업 경영인,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들을 막론하고 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옵션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유가가 12월 25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유가 250달러는 '재앙'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순 없다. 유가 250달러는 말 그대로 재앙이다. 유가 부담에 문을 닫는 기업들이 줄을 잇게 되고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속속 국유화된다.

식품가격은 2배로 뛴다. 영국 런던의 시장조사업체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04년 이후 이뤄진 식품가격 상승 책임의 3분의1이 유가 오름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카메론 하노버의 수석 에너지 컨설턴트 피터 보텔은 유가가 250달러에 이르게 되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7달러로 치솟고 이에 식품가격은 2배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6일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인 배럴당 139.12달러를 찍었다. 1년 새 두 배 이상 뛴 가격이다. 유가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은 향후 수개월 안에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멕시코 몬테레이에 위치한 유리생산업체 비트로의 구매 담당 부사장인 카를로스 마테이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가 250달러 시대 "대규모 폐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영세기업 중 상당수가 유가와 고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유가가 2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자사의 경제 분석 모델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고 밝혔다. 즉, 이전의 경제 모델로는 200달러라는 전대 미문의 고유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잔디는 이어 "(유가 250달러 시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경제대국들은 물론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이 깊은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미국 경제 이코노미스트 나이젤 골트는 유가가 250달러에 이를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5%포인트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의 창업자 겸 CEO는 2일 뉴욕에서 열린 경제컨퍼런스에 참석,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항공사들의 국유화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만으로 유가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 항공사들이 정부 보조금 등을 위해 국유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 유가 250달러시 판매 급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SUV 등 연료 소비가 큰 차종은 사실상 전혀 팔리지 않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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