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터넷 거품과는 다르다"

프린스턴(미 뉴저지주)=김준형 특파원 2008.06.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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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랜덤워크'저자 맬키엘교수 인터뷰③·끝]

<②편에 이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유가 폭등을 계기로 다시 곤두박칠 쳤습니다.
교수님은 유가폭등처럼 시장 영향력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시는 '랜덤워크'를 할수 밖에 없다고 보시는데 요즘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말이 나온 김에 유가 이야기부터 먼저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1999년∼2000년초 인터넷 관련 주가처럼 유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내 대답은 'No'입니다.
유가폭등은 중대한 경제여건(펀더멘털) 변화의 결과입니다.
중국은 올 1분기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1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민들은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살 것입니다. 인도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이 겪었던것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실질적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게 당시의 '인터넷 버블'과 다른 점입니다.

반면, 공급은 수요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유정은 보다 깊은 곳에서 보다 많은 돈을 들여야 파낼수 있습니다.



물론 상품시장의 '투기(speculation)'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루에 유가를 배럴당 10달러 올려놓을 만큼 갑작스럽게 수요가 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분 중에 어느정도가 투기에 의한 것인지 아무도 알수 없습니다.

앞으로 5,10년뒤 유가는 현재보다 높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말할수 있습니다.

-경기나 증시는 언제쯤 회복될 것 같습니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사전적 규정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침체(Recession)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엄청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주택가격도 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도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지 의심스럽습니다. 최소한 연준의 예상(올 하반기 상승전환)보다는 늦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증시는 다릅니다. 이미 상당한 조정을 거쳤습니다. 대형은행들은 더 조정이 필요하고 바닥이 언제 어느 선일지는 모르지만, 시티그룹이 주당 19달러라면 좋은 가격이라고 봅니다.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시장의 위기가 극복된 것으로 볼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제는 시장에서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인정받을수 없게 됐습니다. 디 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규제와 함께 디레버리징이 시장을 정상화시킬 것입니다. 물론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금융권의 수익성은 더 줄어들 것 입니다. 그래서 씨티그룹 주가가 20달러 아래로 거래되고 있는것 아닙니까.

-교수님은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시장은 자율 조정 기능이 있다는 점을 확신하는데, 붕괴 직전까지 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보면 그런 믿음에 대해 회의가 듭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시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도 '시장실패'를 인정했기 때문인데요.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해서 늘 옳다는 말은 아닙니다. 시장은 '실수(mistake)'를 합니다. 서브프라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시장은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투자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대출-보유(Originate and Hold'에서 '대출-매각(Originate and Distribute)'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장부에 직접 반영할때는 채무자의 신용상태를 최대한 고려해야 했지만 이를 유동화시키기 시작한 뒤에는 채무자의 신용이 아니라 얼마만큼 파느냐가 최대 고려사항이 됐을뿐 위기관리는 뒷전으로 밀린 것입니다.



위험관리와 무관하게 최대한 많이 대출하고 이를 팔기만 하면 되는 이런 구조에 대해서는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버튼 맬키엘 프린스턴대 교수(오른쪽)가 연구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상황과 투자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버튼 맬키엘 프린스턴대 교수(오른쪽)가 연구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상황과 투자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시장주의자'로서 규제 강화에 찬성한다는게 의외로 들립니다. 미국 정부의 개입은 적절했다는 말씀인가요.

▶투자은행들은 단순히 모기지 연계증권 매매와 보유 뿐 아니라 신용 부도 스왑(CDS)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습니다. 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자산에 투자했죠.

자산중의 일부가 부실하다는게 알려지면서 이들은 스스로 자금을 모으기 힘들어졌고 '구제'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지나치게 레버리지(차입)가 커져 있어서 베어스턴스가 망하면 모든 거래 상대자들이 동반 부실화될 상태였습니다. 연준은 적절하게 개입했다고 봅니다.
자기자본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게 필요합니다.
투자은행들이 추가 자본을 갖게 되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고, 그게 시장주의자로서 규제를 찬성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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