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보단 '공정' MB노믹스 근간 바뀌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6.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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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자율·공정 균형, 법제도 정비"...與 경제정책 '좌클릭' 이동(?)

 한나라당이 '공정 경쟁'을 강조하는 발언과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 자율과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로 상징되는 MB노믹스의 기존 경제 철학과 확연히 달라진 변화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의 정책기조 선회가 공식화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쇠고기 파동과 민생경제 위기를 계기로 '성장'보다는 '안정', '자유'보다는 '평등', '강자'보다는 '약자'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옮겨졌다는 것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경제의 두 기둥은 '자율성'과 '공정성'"이라며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경제력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기회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공정성의 원칙을 세워 시장경제를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정책위의장의 이런 언급은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된 다단계 물류 운송시장의 구조개선,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화 등의 정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두 정책 모두 시장 자율이 불러온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이 그간 '작은 정부, 큰 시장'이란 모토 아래 시장의 자율을 유독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가 느껴진다.

 임 정책위의장은 특히 "많은 학자들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얘길 많이 한다"며 "자율과 공정이란 가치가 함께 잘 작동하도록 모든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물류대란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당정회의에서 "우리 헌법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고 말해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중소기업 근로자, 힘없는 사람도 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 천명돼 있다"는 말도 했다. 경쟁에서 도태된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물류대란과 관련,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화주들, 특히 재벌기업들과 환율 인상으로 혜택을 많이 본 대기업들이 (이익을 화물차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선 한나라당이 쏟아내고 있는 구체적 정책들을 볼 때 MB노믹스의 근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한나라당이 최근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정책 기조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실례다.

 얼마 전 고유가.고물가 민생안정대책으로 나온 서민들에 대한 세금환급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돈을 직접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대책이지만 한나라당은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내 직접 지원을 결정했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후순위 배치도 이같은 정책 기조 변화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작업을 통해 민생정책에 매진하되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 부문 개혁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는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꾀하려는 MB노믹스의 핵심 정책이다. 자율보다 공정에 방점을 찍었던 참여정부에선 사실상 중단됐던 정책이 공기업 민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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