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형 비판 한나라 소장파에 강한 경고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6.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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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 이상득 의원 공격 거세져
- 이명박 대통령, 소장파에 경고 메시지 보내
- 공기업 민영화 시기 놓고도 갈등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13일 당내 갈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적쇄신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향해 청와대가 잇따라 부정적 반응을 보인데 이어 대통령이 직접 경고하고 나섬에 따라 당-청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李대통령 "인신공격 언행 걱정" = '정치일선 퇴진'을 촉구하는 등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당내 소장파의 공세에 침묵하던 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안 의원 측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자제해야한다"며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서로 사랑이 조금 부족했느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이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고 말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소장파 공세 '수위 넘었다' 판단 =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소장파에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

정두언 의원은 최근 "(인적쇄신 문제는) 끝을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초선 김용태 의원도 "이상득 의원이 깨끗하게 손을 떼야 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체류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원죄 때문에 오해받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가세하는 등 소장파 의원들이 이 의원 퇴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불만이 팽배한 시점을 이용해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사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과 류우익 대통령실장까지 내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소장파의 공세에 밀린 이상득 의원은 직접적인 대응을 삼간 채 오는 17일 일본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을 중재자적 입장에서 지켜보던 이 대통령은 소장파의 발언이 정권안정을 위한 충심을 넘어 당파적 공세로 변질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소장파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靑, 당 주도 움직임에 심기 불편 = 사실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나오기에 앞서 청와대발 경고음은 며칠 전부터 계속됐다. 청와대 수석비서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와 정치인 대거 등용, 공기업 민영화 연기 등 한나라당 주도로 이뤄지는 국정수습 방안에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었다.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문제에 대해 (당 쪽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폭이나 시기에 대해 대통령 결심이 안 섰는데 (후임자) 이름까지 나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확인되지 않은 인사 발언이 국정수습에 혼선을 빚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자제를 당부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당 쪽에서 계속 '인사괴담'이 터지고 있다"며 "청와대는 자제하고 있는 반면 당 쪽의 의견이 워낙 압도하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비선라인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인사쇄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괄 사의를 표명한 장관과 청와대 수석 후임 인선작업이 청와대 공식라인이 아닌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몇 명의 주도로 롯데호텔 등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도 갈등 엿보여 = 한나라당이 공기업 민영화 시행 시기를 연기한데 대해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쇠고기 파동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새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인 만큼 민영화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운하의 경우 국민적 반발이 워낙 거세 추진여부 자체가 불투명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쇠고기 정국 돌파와 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공감하며 당분간 숨고르기를 거쳐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당초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 안을 마련해 이달 초에 민영화 대상 기업과 추진 일정 등을 발표한 뒤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말쯤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대운하 사업과 공기업 민영화를 후순위로 미루기로 했다. 물가안정 등 민생 관련 정책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배치하고 한반도 서민생활에서 동떨어진 정책 과제들은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거시 경제의 펀더멘털 점검을 통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와 완급을 검토할 것"이라며 "공기업 민영화나 대운하는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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