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기부는 트리플엑셀보다 아름답다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국장 겸 전국사회부장 2008.06.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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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당당한부자]

돈은 참 좋은 것이다. 넓고 큰 집도 살 수 있고, 자녀들에게 훌륭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아한 해외여행도,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도 돈이 있으면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사들과 네트워크도 돈이 있으면 없는 것에 비해 훨씬 수월해 진다. 돈이 많은 사람 주변에 그만큼 사람이 모이는 게 세상 인심이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 행복할 기회가 많은 것이다.



돈으로 인해 불행한 이들도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물질로는 부자이지만, 정신은 황폐한 채 돈에 얽매이고 눌리어 예를 들기도 민망할 정도로 불행하게 살다간 부자들도 한둘이 아니다.

돈의 진정한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한 채 모으는 데에만 혹은 아무렇게나 쓰는데만 정신이 팔리다 보니 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산 것이다.



부자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눈높이에 따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10억원을 가진 사람이 50억원을 갖고 싶어하면, 10억부자는 그 순간 40억원 가난뱅이가 된다. 진정한 부자는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야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남 좋은 일 해야지"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돈 벌어 효도하려 하지만, 부모님이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듯, 남들도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이웃에 좋은 일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머니투데이는 2004년부터 매년 '당당한 부자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당당한 부자란 △투명하고 정당하게 부를 일군 사람 △설령 과거에 돈버는 과정에 약간 떳떳하지 못했더라도 모은 돈을 멋있고 당당하게 쓰거나 △사회공헌 등 소외계층을 돕거나 문화 예술 육성에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 △부자는 아니지만 하는 일에서 대가(大家)를 이루며, 주변을 돌보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술이나 시스템을 만들어낸 사람 등을 가리킨다.

이 시리즈를 하면서 강하게 느끼는 것은 당당한 부자들의 저변이 넓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안되는 꼬질꼬질한 돈으로 이 사회,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보통사람의 대표가 김밥할머니들이다.



이들은 못 배운 게 한이 되어, 6.25 한국동란 등으로 잃어버린 자식이 생각나서,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진 피붙이의 이름으로 대학 등에 돈을 내놓는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팬들의 인기로만 사는 게 아니었다. 가수 김장훈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는 '기부천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며 청소년들에게 '기부'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있다.

'국민 요정'이라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CF 강연비 등을 몽땅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 "김연아의 기부는 트리플 엑셀보다 아름답다."



이뿐이랴. 이름도 얼굴도 밝히기를 거부한 채 거액의 재산을 선뜻 내놓은 '익명의 천사'에 이르기까지 당당한 부자들의 계층이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부자가 아니지만 자신의 조그마한 재능이나 특기를 선용해 주변의 이웃을 돕는 이들도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리없는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팔아 어려운 사회단체를 돕고 있는 대학교수, 방학이면 오지의 분교를 찾아 음악 선율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 히말라야 오지에 보건·의료시설을 지원하고, 산에서 잃은 동료의 자녀를 돕는 산악인, 불우 청소년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달리는 의사들'…. 이들은 돈 많은 부자가 아니다.



이들은 돈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재능과 기술로 우리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다.

돈은 돈을 낳는다(Money begets money). 그렇다고 해서 모든 돈이 돈을 낳는 것은 아니다. 고여있는 돈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갈등과 분쟁만 낳을 뿐이다. 반면 여러 곳으로 나뉘어 흐르는 돈은 또 돈을 낳아 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앞에서 말한 대학교수, 피아니스트, 산악인, 달리는 의사들은 가진 돈 뿐 아니라 가진 재능까지 제대로 쓸 줄아는 당당한 부자들이다. 이런 부자들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뒤받침하는 버팀목이다. 이런 부자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다. 살맛이 난다. 감동의 스토리가 넘치는 훈훈한 사회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온 '당당한 부자' 시리즈는 이런 사회가 올 때까지 '당당한 부자'들을 계속 발굴해 소개할 것이다. 이런 건강하고, 살맛이 나며, 감동의 스토리가 넘치는 훈훈한 사회는 틀림없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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