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1건에 무역흑자된 '악포 FPSO' 건조현장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8.06.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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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토탈사로부터 15억달러에 수주, 5월 무역수지 흑자 반전 일등공신 -20일 인도 앞두고 마지막 공정 한창

'단 한건의 수주로 무역수지가 흑자반전됐다'

산업화 시대에나 흔히 나올 법한 과장된 신화같지만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주인공은 현대중공업 (155,700원 ▼4,000 -2.50%)이 세계적 석유회사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수주한 '악포(AKPO) FPSO'.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system)란 바다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정제한 뒤 유조선에 하역하는 원스톱 설비로, '배위의 정유공장'으로 불린다.



악포 FPSO는 수주금액이 15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지난 5월 무역수지가 6개월만에 13억달러 흑자 반전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도대체 어떤 설비이길래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일까.

지난 12일 오후 인도 시점을 일주일여 앞두고 마지막 건조 공정이 한창인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악포 FPSO 건조 현장을 찾았다.



해양사업본부 진입로에서 내려다 본 악포 FPSO의 위용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0일 인도를 앞두고 마지막 건조 공정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의 악포FPSO 전경. /사진 이명근 기자 20일 인도를 앞두고 마지막 건조 공정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의 악포FPSO 전경. /사진 이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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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포 FPSO는 길이 310m, 폭 61m, 높이 31m다. 축구장 네 배 크기에 아파트 10층 높이다. 빨강색 하단부는 배 부분이고, 노랑색 상단부는 4층 빌딩 높이의 정유공장이다.

내부 견학을 위해 작업복과 헬멧, 안전화를 갖췄다. 이운복 해양사업본부 부장은 “발주처인 토탈사가 보안과 안전을 위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장 1층에 올랐다. 배를 기준으로 보면 갑판이다. 선미에서부터 배의 앞부분까지 원유의 시추에서 하역까지 7단계 공정을 위한 단계별 설비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배의 앞머리엔 거대한 철제 타워가 솟아 있다. 화재 발생시 저장중인 원유와 가스를 일시에 배출, 소각시키는 안전시설 플레어타워(Flare Tower)다. 이 부장은 바다 맞은편 SK 정유공장의 플레어타워들을 바라보며 “배 위에 중급 정유공장 하나의 설비를 갖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미엔 중앙통제실과 200여명이 생활할 주거공간이다. 중앙통제실에 오르니 설비 가동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득. 프랑스 토탈사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이 인도 전 설비 테스트에 한창이다
프랑스 토탈사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이 악포 FPSO 중앙통제실의 시시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이명근기자 프랑스 토탈사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이 악포 FPSO 중앙통제실의 시시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이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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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포 FPSO는 오는 20일께 토탈사에 인도돼 100여일의 항해기간을 거쳐 10월 초순 나이지리아 악포유전에 닿게 된다. 이후 시험가동을 거쳐 12월31일부터는 해상 150km, 수심 1300m 지점에서 원유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2009년 2월 첫 가동 예정이었으나 최근 초고유가 상황 때문에 토탈사가 일정을 두달씩이나 앞당겨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부장은 “대신 토탈사가 대규모 보너스를 지급키로 했다”고 귀띔했다. 고유가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6년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로부터 수주한 2척의 FPSO공사를 시작으로, 프랑스 토탈사의 지라솔, 악포 FPSO 등 저장용량 200만배럴짜리 초대형 FPSO만 14척을 수주하는 등 이 분야 1등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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