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産苦 치를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6.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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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취재후기]

이번에는 진짜 인터넷뱅크가 탄생하게 될까.

대형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달 초 내년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계획 하에 전문 TFT를 구성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선안의 개발과 고객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민영화 대비, 열악한 영업망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도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뱅크의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규 은행의 설립이 약 20여년만에 허용되기 때문이다.



1991년 당시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하고 1992년 평화은행(현재 우리은행에 합병)이 설립된 후 지금까지 신규로 은행 설립 허가가 나온 적이 없다.

한때 기업들도 신규은행 설립 기대감에 부풀었던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무렵이다. 이미 미국에서 1995년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뱅크(SFNB)가 설립됐고 유럽에서도 영국의 에그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1990년대 말부터 설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에서도 2000년 10월재팬넷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뱅크가 설립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인터넷뱅크 설립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일본도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소니그룹이 소니뱅크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면서 우리나라도 일부 재벌그룹들이 인터넷뱅크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인터넷뱅크를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었다.

특히 동양그룹은 유럽의 인터넷뱅크와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등 국내에 인터넷뱅크 설립을 위한 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했었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뱅크의 설립은 물건너 갔다. 금산분리 원칙이 발목을 잡았고 또 IMF 금융위기를 겪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은행 라이센스를 인가해 주는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담감이 큰 원인이었다.

인터넷뱅크는 전산문제 등 때문에 상당한 초기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기존 은행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고 인터넷뱅킹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뱅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뱅크에 뛰어들 곳은 결국 대기업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보다 수십년간 논란이 되고 있는 금산분리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기업친화적인 인물인데다 이미 공약으로도 내세웠기 때문에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번에는 인터넷뱅크 설립이 허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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